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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PO]두산, '김현수 딜레마' 어떻게 풀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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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마(dilemma). 두 가지 선택지 가운데 하나를 택해야 하지만, 무엇을 고르든 썩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에 빠지게 되는 상황. 구성원들을 이끌어 앞으로 갈 길을 제시해야 하는 리더에게는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최선의 결정이라는 것이 애초부터 나오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준플레이오프에서 2패 뒤 2승을 거두며 플레이오프 진출 희망을 끌어올린 두산의 김진욱 감독이야말로 지금 이러한 '딜레마'에 빠져있을 듯 하다. 분명 두산의 기세는 욱일승천하고 있다. 적지에서 먼저 2패를 당할 때만 해도 두산의 가을잔치는 그대로 끝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잠실 홈구장에서 열린 3, 4차전에서 넥센을 연파한 시점에서는 기세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앞선 넥센을 쫓아가 기어코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두산은 큰 자신감에 차있고, 앞서다가 어깨를 잡힌 넥센은 이제 초조하다.

하지만 5차전 승패의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기는 힘들다. 기세로만 보면 두산이 약간 더 유리해 보이지만, 넥센은 앞서 2연승을 거둔 홈구장이라는 유리함을 지니고 있다. 게다가 지금 두산은 전력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한 가지 '딜레마'에 빠져있다. 김진욱 감독이 무척 고민스러울 법한 딜레마, 바로 김현수의 기용법이다.

외야수 김현수는 두산 전력의 핵이다. 공격과 수비에서 해줘야 할 역할이 많다. 그런데, 고질적인 오른쪽 발목 부상이 다시 도졌다. 김현수는 올해 초부터 오른쪽 발목 부위에 있는 뼛조각 때문에 수시로 통증이 생기는 '우측 발목 충돌증후군'에 시달려왔다. 상태가 멀쩡하다가도 뛰거나 하다가 약간만 무리가 가면 금세 염증이 생겨 발목이 퉁퉁 붓고,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제대로 치료를 하려면 수술을 통해 염증을 유발하는 부위의 뼛조각을 제거해야 한다. 하지만 수술을 받으면 시즌을 제대로 치러낼 수 없었다. 그래서 김현수는 수술은 올 시즌 종료 후로 미루고 부상과 동행하는 길을 택했다. 테이핑과 압박붕대로 발목을 동여맨 채 김현수는 올해 정규시즌을 보내왔다. 그러면서도 팀의 중심타자 역할은 훌륭히 완수해냈다. 122경기에 나와 규정타석까지 채우면서도 타율 3할2리 16홈런 90타점을 올렸다. 대단한 정신력과 완성된 기술에서 나온 결과다.

하지만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다시 발목 부상이 김현수를 괴롭히고 있다. 1, 2차전에서 나온 8타수 무안타는 낯선 4번 타순에 대한 부담감이라기 보다는 발목 통증에 따른 컨디션 난조의 결과로 봐야 한다.

다행히 3차전부터 김현수의 타격감은 되살아났다. 첫 타점과 첫 2루타를 날렸다. 그런데 이게 좋은 징조만은 아니었다. 3차전 9회말에 2루타를 치는 과정에서 발목에 또 충격이 간 것이다. 결국 김현수는 4차전에 선발 출전했다가 1회말에 볼넷을 얻어낸 뒤 곧바로 교체됐다. 정상적으로 주루플레이를 하기 어려울 만큼 발목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4차전에서 승리한 뒤 김 감독은 "김현수의 발목 통증은 언제든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오래가지는 않는다. 휴식일이 하루 있으니까 치료를 잘 받으면 5차전 출전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것은 김현수의 상태가 100% 나아졌을 경우만을 전제한 이야기다.

딜레마는 여기서 생긴다. 우선 김현수의 발목 상태, 이틀 만에 완전해지기는 어렵다. 어느 정도 통증과 붓기가 남아있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정상적인 플레이가 어려울 수 있다는 뜻이다. 발목 상태를 고려한다면 김현수는 5차전에 쉬게 하거나 아니면 지명타자로 써야 한다.

그러나 두 가지 모두 택하기 어렵다. 우선 5차전에서 지면 올해는 모두 끝이다. 더 나설 경기가 없다. 무조건 이기고 봐야 하는데, 그러려면 다소 불완전하더라도 김현수의 힘이 반드시 필요하다. 수비는 어렵더라도 타격에서는 여전히 국내 최고 수준의 정교함을 갖고 있는 김현수다.

그렇다고 지명타자로 쓰자니 이건 팀의 라인업 전체를 흔드는 일이 된다. 두산의 지명타자는 홍성흔이다. 김현수를 쓰자고 홍성흔을 뺄 수는 없다. 홍성흔이 팀내 전력에서 차지하는 부분도 김현수 못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다시 움직임이 적은 1루수 기용을 생각할 수 있는데, 이러면 오재일이나 최준석의 활용폭이 줄어든다.

이렇게 하자니 저런 점이 아쉽고, 저렇게 하자니 이런 부분이 아쉬운. 김 감독으로서는 매우 고민스러운 상황인 것이다. 과연 휴식일을 통해 김 감독이 어떤 현명한 해법을 찾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