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계 속설 중 하나. '포수에겐 홈런 맞지 마라.' 상대 포수에게 홈런 맞으면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다는 걸 말한다. 다수의 포수들이 수비 비중이 크기 때문에 다른 포지션의 야수들에 비해 공격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크지 않다. 게다가 타력이 떨어지는 수비형 포수들에게 홈런은 가뭄에 콩 나듯 귀하다. 따라서 수비형 포수가 홈런을 치는 건 이변 중 하나다. 그런 이변이 포스트시즌 같은 단기전에서 나오면 상대편이 승리할 가능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두산 베어스 백업 포수 최재훈이 12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결승 투런 홈런을 쳤다. 0-1로 끌려간 6회 2점포를 쏘아올려 팀의 2대1 역전승을 이끌었다. 2패 뒤 2연승. 최재훈이 컨디션이 떨어진 주전 포수 양의지를 대신해 준PO 2차전부터 선발 출전했다. 최재훈은 3차전에선 넥센의 김민성 유재신 이택근의 2루 도루 시도 3번을 모두 잡아내는 놀라운 수비 능력을 보여주었다. 두산은 4대3으로 승리, 2패 뒤 1승으로 살아났다. 이렇게 되자 이번 시리즈가 처음엔 '박병호 시리즈'였다가 '최재훈 시리즈'로 분위기가 넘어왔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최재훈은 신고선수로 2008년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그동안 1군 페넌트레이스에서 친 홈런은 총 3개. 2012년 1개와 올해 2개를 쳤다.
그는 "수비에서만 아니라 공격에서 뭔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호투하던 밴헤켄(넥센)의 스트라이크존 가운데 몰린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 최재훈이 집중력 싸움에서 앞섰다고 볼 수 있다.
1년 전 이맘때 쯤 롯데 백업 포수 용덕한도 친정 두산과의 준PO 2차전에서 결승 솔로 홈런을 쳤었다. 그는 2010년 두산 시절엔 롯데와의 준PO에서 9타수 6안타 4타점의 맹타를 휘둘러 MVP에 뽑혔었다. 당시 두산은 2연패 뒤 3연승하고 PO에 올랐다. 그 중심에 용덕한이 있었다. 용덕한은 당시 양의지의 백업이었다. 공교롭게 최재훈과 용덕한 모두 양의지의 백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백업 포수들은 출전 기회가 적어 항상 배고플 때가 많다. 그래서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타석에 들어설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집중력은 강하다.
그런데 백업 포수가 수비형일때는 상대 투수들이 방심할 때가 종종 있다. 투수들은 포스트시즌 같은 단기전에서 강타자들에게 더욱 집중하기 마련이다. 그러다 평소 자주 상대하지 않는 백업 포수들이 타석에 들어서면 긴장을 살짝 풀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 경우 실투를 하기 쉽고, 또 그게 장타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