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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PO] 박병호의 성장통, 부진 탈출 비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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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율 1할4푼3리. 박병호의 이번 준플레이오프 성적이다.

사실 넥센과 두산의 준플레이오프는 '박병호 시리즈'라고 불렸다. 최근 들어 포스트시즌에서 박병호 같은 전형적인 거포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또한 2년 연속 홈런왕에 2년 연속 MVP까지 눈앞에 두고 있을 정도로 매년 진화하고 있는 박병호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하지만 프로 9년차 박병호에게 이번 준플레이오프는 생애 첫 포스트시즌 무대다. 박병호는 넥센으로 트레이드된 뒤 정상급 4번타자로 성장했고, 사실상 풀타임 2년차다. 정규시즌 땐 '2년차 징크스'가 없었지만, 낯선 가을잔치에선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1차전만 해도 박병호 시리즈임을 증명했다. 포스트시즌 데뷔 타석부터 홈런포를 쏘아올렸다. 게다가 고의4구를 포함해 볼넷 2개를 얻었다. 2차전에선 안타는 없었지만, 볼넷과 몸에 맞는 볼로 연장 끝내기 승리에 발판을 놨다.

홈구장인 목동에서 유독 강한 면모를 보인 박병호였다. 37개의 홈런 중 22개를 안방에서 날렸다. 박병호의 타구는 목동구장에 최적화돼 있었다.

하지만 3,4차전이 열린 잠실구장에선 단 1안타에 그쳤다. 3차전에서 5타수 무안타 1볼넷 3삼진, 4차전에서 4타수 1안타였다. 특히 3차전에선 그동안 없던 삼진까지 무더기로 나왔다. 4차전까지 성적은 19타석에서 14타수 2안타 1홈런 1타점 4볼넷 1사구 3삼진이 됐다. 안타 2개가 홈런과 2루타로 장타였지만, 정확도가 너무 떨어졌다.

정말 박병호는 잠실에서 위축된 걸까. 넥센 염경엽 감독은 박병호의 부진에 대해 '심리적 요인'을 우선으로 꼽았다. 준플레이오프 들어 박병호의 존재감이 크게 부각되는 바람에 본인 스스로 조급해진 측면이 있다고 봤다. 특히 3차전에서 세차례의 삼진이 의미하는 바가 컸다.

박병호는 홈런타자다.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좌우 100m, 중견 125m)의 잠실구장에 와서도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의식이 컸다. 정규시즌 때 1홈런에 그쳤지만, 자신이 치면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 컸다.

사실 목동(좌우 98m, 중견 118m)도 작은 규모는 아니다. 대신 외야펜스 뒤 관중석이 없는데다 지형상 약간의 상승기류가 있다. 높게 떠오르는 박병호의 타구 궤적상 홈런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지는 측면은 있다.

염 감독은 "본인도 얼마나 조급하겠나. 사실 양팀 모두 실수가 많은 시리즈다. 잘 하려고 하면 실수가 나오기 마련이다. 병호 역시 구장이 커진 만큼, 덩달아 스윙도 커졌더라. 본인의 장점대로 컨택을 하면서 타구의 비거리도 늘려야 하는데 스윙만 커졌다. 히팅포인트가 뒤에 형성되는데 잘 맞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넥센 코칭스태프는 4차전 때 박병호에게 '원래 하던대로 할 것'을 주문했다. 특별한 지도는 없었다. 올시즌 꾸준히 해 온 자기 스윙, 스스로 약점을 줄여 갔던 그 스윙을 찾으라고만 했다.

그 결과 박병호는 첫 타석부터 우중간을 가르는 깔끔한 2루타를 날렸다. 이후 세 타석은 주자가 있을 때 모두 범타로 물러나 아쉬움을 남겼지만, 조금은 좋아진 모습이었다.

염 감독은 경기 후 "5차전엔 조금 희망적인 것 같다. 오늘 병호의 스윙이 조금 나아졌다. 자기 걸 찾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봤다"고 했다.

박병호는 올시즌 상대의 집중견제를 이겨내는 법을 터득했다. 좋지 않은 공은 참아 볼넷을 얻어 나갔다. 몸쪽 꽉 찬 공은 무게중심을 뒤로 보내면서 쳐 장타로 만들어냈다. 발전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번 포스트시즌 역시 '성장통'이라고 볼 수 있다. 과연 박병호가 5차전에서 다시 한 번 '박병호 시리즈'란 말을 회자시키며 팀을 플레이오프로 이끌 수 있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넥센 박병호 준플레이오프 경기별 성적

1차전=2타수 1안타(홈런) 2볼넷 1타점

2차전=3타수 무안타 1볼넷 1사구

3차전=5타수 무안타 1볼넷 3삼진

4차전=4타수 1안타(2루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