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에서 뛴 유일한 일본인 선수 고바야시 료칸(35). 그의 소속팀 고양 원더스는 지난 27일 올 시즌 전 경기 일정을 마쳤다.
올 시즌 29경기에 주로 마무리 투수로 출전한 고바야시는 4승4패10세이브, 평균자책점 1.85을 기록했다. 고바야시는 "작년에는 중간계투로서 길게 던지기도 하고, 마무리로 나서는 등 다양한 역할을 했는데, 올해는 마무리에 집중해 팀 승리에 공헌할 수 있었습니다. 투구 회수가 48⅔이닝을 기록했는데, 50이닝까지 던졌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라며 올 시즌을 되돌아 봤다.
어느 정도 만족스럽게 시즌을 마감한 고바야시. 하지만 목표였던 한국 프로야구 진출은 이루지 못했다. 지난해부터 2년 간 원더스에서 뛴 고바야시는 어떤 점이 부족해 더 큰 무대에 진출하지 못한 걸까.
고바야시는 소속팀이 없었던 2010년에 일본에서 전지훈련을 한 연세대 야구부와 함께 연습을 했다. 당시 연세대에서 선수를 지도했던 채종국 넥센 2군 수비 코치는 현재의 고바야시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제구력은 아직도 좋아요. 포크볼도 잘 던지고요. 문제는 스피드입니다. 3년 전에는 시속 150km를 던졌는데, 지금은 국내 투수와 비슷한 수준인 것 같습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외국인 투수에 원하는 역할은 선발입니다."
고바야시의 피칭을 본 연경흠 한화 육성군 스카우트는 "아쉬워요. 좋은 공을 던지고 있는데, 외국인 선수로는 영입하기가 쉽지 않아요. (외국인 등록수와 상관없는) 제일교포였다면 검토가 가능한데요"라고 했다.
고바야시도 이들이 지적하는 부분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를 내리고 있었다. "스카우트 등의 입장에서 보면 안정적인 성적이 필요합니다. 구단에 어필할 수 있는 인상적인 면이 있어야 합니다. 외국인 선수라면 역시 직구 스피드지요. 그 부분을 강화하고, 또 내년 시즌에 대비하기 위해 올 겨울에는 도미니카 윈터 리그에 참가할 예정입니다. 원더스에서는 팀 사정에 따라 마무리를 맡았고, 저한테도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선발로서 실적이 필요한 저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필요합니다. 원더스에서 같이 뛴 남미 출신의 투수들로부터 '너의 피칭이라면 통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원더스는 고바야시를 포함한 4명의 외국인 투수에게 계약연장 의사를 전달했다. 그러나 야구를 통해 꿈을 이룬다는 원더스의 모토처럼, 더 좋은 조건의 팀이 나타나면 선수를 보내주고 있다. 고바야시는 "이런 구단은 원더스 밖에 없습니다. 특히 올해는 훈련시설이나 트레이너들의 충실한 도움을 많은 받았습니다. 저는 35살이지만 마흔살이 넘어서도 성장하는 투수들을 봤습니다. 제가 포기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일본과 미국, 대만, 멕시코 그리고 한국에서 뛴 고바야시. 내년에 그는 어디에서 공을 던질까. 고바야시의 도전은 계속된다.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