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이 29일(이하 한국시각) 결전지인 이란 테헤란에 입성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결승행에 성큼 다가섰다. 서울은 25일 안방에서 열린 이란 에스테그랄과의 ACL 4강 1차전에서 2대0으로 승리했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멀티 득점-무실점',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서울은 2차전에서 비기거나 한 골차 이하로 패해도 결승에 오른다. 골을 넣을 경우 두 골차로 패해도 결승행 전선에는 이상이 없다. ACL은 유럽챔피언스리그와 마찬가지로 원정 다득점 원칙을 적용한다. 2차전은 10월 3일 0시30분 휘슬이 울린다. 무대는 '원정팀의 무덤'인 테헤란 아자디스타디움이다.
아직 폭죽을 터트리기에는 이르다. 90분이 남았다. 이란 축구에 찢겨진 한국 축구의 자존심도 결승 진출로 완전히 회복될 수 있다. 선수단을 이끌고 있는 최용수 감독은 3가지 과제를 넘어야 한다.
▶고지대 적응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동력은 사라진다. 준비한 전술도 무의미하다. 2009년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당시 A대표팀을 이끌던 허정무 감독은 "(박)지성이가 그렇게 힘들어 하는 건 처음이었다"며 탄식했다.
체력과 고지대 적응은 직결된다. 아자디스타디움은 해발 1273m에 위치해 있다. 강원도 치악산 정상인 비로봉(1288m)에서 경기를 치르는 셈이다. 체육과학연구원에 따르면 해발 1000m당 10%의 운동능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평지에 비해 운동하는 근육으로 산소 운반이 저하되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해발 1200m인 테헤란의 경우 운동능력이 12% 가량 저하된다. 아자디스타디움에서는 운동능력이 약 13% 저하된다.
고지대 적응에는 선수별로 차이는 있지만 평균 3일 정도는 소요된다고 한다. 서울이 에스테그랄전 나흘 전에 테헤란에 입성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고지대 적응이 첫 번째 단추다.
▶악명높은 홈텃세
A대표팀은 아자디스타디움에서 단 1승도 챙기지 못했다. 역대 전적이 2무3패다. 이란의 홈텃세는 설명이 필요없다. 지난해 10월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원정 당시 최강희 감독은 "이란이 한국에 오면 한강 둔치에서 훈련하도록 해야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프로와 대표팀은 과연 다를까. 물음표다. 최 감독은 홈텃세를 넘어야 한다. 기대치를 낮추는 한편 광적인 응원에도 대비해야 한다. 아자디스타디움은 10만명을 수용할 수 있다. 프로축구는 이란에서 최고 인기스포츠다. 현지 언론은 최소 6만명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 감독은 "고지대와 원정시차 등 여러가지 문제가 있다. 하지만 그런 부분도 헤쳐 나아가야 진정한 강팀이다. 선수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자만은 독이다
K-리그는 최근 4년 연속 ACL 결승에 진출했다. 포항(2009년), 성남(2010년), 울산(2012년)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전북(2011년)은 승부차기에서 아쉽게 준우승을 차지했다. 서울은 K-리그 5회 연속 ACL 결승 진출에 도전장을 냈다.
1차전을 머릿속에서 지워야 한다. 2골차로는 안심할 수 없다. 자만은 독이다. 한 골 싸움이다. 에스테그랄이 선제골을 터트리면 쫓길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반면 서울이 한 골을 터트리면 에스테그랄은 무려 4골을 넣어야 된다.
최 감독은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심정이다. "원정에서도 득점을 한다는 각오로 가야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안이한 생각으로 갔다가는 아자디스타디움에서의 쓰린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반면 이란 에스테그랄은 중원의 두 축인 네쿠남과 테이무리안이 경고누적으로 2차전에서 결장한다. 그래도 아미르 갈레노이 감독은 희망을 얘기할 뿐이다. "테헤란에서 치를 경기 2차전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테헤란에선 두 골을 충분히 넣을 수 있다."
테헤란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