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수 서울 감독의 화끈한 '승리 세리머니'가 상암벌을 수놓았다.
서울은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이란 에스테그랄과의 2013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4강 1차전에서 2대0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서울은 2차전에서 비기거나 한 골차 이하로 패해도 결승에 오른다.
최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만족감을 숨기지 않았다. "상대는 32팀 중 4강까지 올라올 정도로 뛰어난 팀이었다. 오늘 경기를 통해 그런 점을 느꼈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평소 리그 때보다 더 승리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고, 집중력을 유지했다. 홈 팬들 앞에서 내용과 결과 모두 원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는 "크게 강조하지 않았지만, 국가대항전과 같은 심정으로 경기를 준비했다"며 "선수들의 감춰진 자존심을 끄집어냈다. 그것이 선수들이 투혼과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이유였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후반 늦게 수비적인 교체카드를 쓴 이유에 대해선 "추가 득점이 가능한 흐름이었다. 상대 투톱이 들어오는 순간부터 단순한 축구를 구사하더라. 내가 원했던 상황에서 추가득점이 나왔다. 더 많은 득점이 나오면 좋겠다는 욕심이 있었지만, 2차전이 남아 있다는 생각에 무실점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으로 경기를 운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대는 부리람 원정을 다녀온 뒤 곧바로 서울로 왔다. 집을 비운지 오래 되어 심리적으로 예민한 상황이었던 것 같다"고 평했다.
신중함은 유지했다. 최 감독은 "아직 모든 게 끝난 게 아니다. 고지대 적응과 홈 텃세 등 여러가지 문제가 남아 있다"며 "오늘 승리는 축하할 일이지만, 2차전이 남아 있다. 성남이 사우디 원정에서 3대1로 이기고 0대5로 패한 바 있다. 그런 실수를 하지 않겠다. 준비를 잘 해서 남은 90분 동안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원정에서 지켜야겠다는 전략적인 부분은 이 자리에서 말씀드릴 순 없다. 그러나 4강까지 올라왔다. 힘들겠지만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원정에서도 득점을 한다는 각오로 가야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안이한 생각으로 갔다가는 아자디 스타디움에서의 쓰린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지대와 시차적응, 상대의 거친 플레이 등에 대해선 만반의 대비를 하겠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최 감독은 "나도 이란 원정이 처음이다. 쉽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며 "하지만 선수들이 패기와 팀 정신으로 뭉쳐있다. 정해진 원칙과 룰에 따라 경기를 하는 게 축구다. 경기 외적 요인이 전부가 될 순 없다. 축구를 통해 결과를 가져오겠다"고 말했다. 또 "고지대와 원정시차 등 여러가지 문제가 있다. 볼 바운드와 슛 등이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그런 부분도 헤쳐 나아가야 진정한 강팀이다. 선수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2차전에 결장할 것으로 알려진 네쿠남과 테이무리안의 공백에 대해선 "작은 이득을 볼 수는 있어도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결승에 한 발짝 다가선 서울이다. 마르셀로 리피 감독이 이끄는 광저우 헝다(중국)가 유력한 맞상대로 꼽히고 있다. 리피 감독은 조별리그 전북전에서 기자회견을 거절하는 등 배매너로 일관하며 질타를 받았다. 최용수 감독은 재치로 마무리 했다. "상대 감독이 우리를 자극했다.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 자존심이 상당히 상했다. 연봉이 160억원이라고 하던데, 반드시 갚아주고 싶다. 우리의 길을 걷겠다."
상암=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