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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리의 힘, 네쿠남을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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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축구의 간판 자바드 네쿠남(에스테그랄), 한국 축구에는 악몽이자 치욕이다.

한국과 만날 때마다 독설로 수놓았다. 테헤란 원정에 나선 한국 대표팀을 두고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지옥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지난 6월 한국 원정길에선 "한국을 제물 삼아 월드컵 본선에 직행하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한국은 이란과의 2연전에서 모두 패하며 고개를 숙였다. 패배보다 네쿠남의 입을 다물게 하지 못한 대표팀이 원망스러웠다.

최용수 서울 감독의 '네쿠남 봉쇄' 카드는 '로봇' 차두리(33)였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였다. 탄탄한 체격을 바탕으로 유럽 무대에서 쌓은 당찬 플레이는 필승카드로 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차두리를 내세운 것은) 우리도 힘의 축구를 보여주겠다는 의미다. 고요한 윤일록 등 약한 애들과는 다르다."

기대 이상이었다. 한국축구를 조롱했던 네쿠남은 차두리 앞에서 철저히 무너졌다. 볼란치로 서울 공격을 막는 선봉에 섰으나, 겉돌았을 뿐이다. 차두리는 한국에 악몽을 선사했던 또 다른 주역 베이크자베를 완벽하게 봉쇄함과 동시에 측면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했다. 서울이 2-0으로 앞서고 있던 후반 11분이 클라이막스였다. 차두리와 네쿠남이 제대로 붙었다. 네쿠남은 에스테그랄 수비의 거친 태클에 쓰러진 고요한을 보호하기 위해 달려온 차두리를 향해 거친 제스쳐와 독설로 자극했다. 헛수고였다. 차두리는 오히려 네쿠남을 향해 '해볼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대응했다. 짧은 시간 격렬한 독설과 제스쳐를 주고 받았다. 차두리는 결국 주심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그러나 희생의 효과는 컸다. 자칫 흔들릴 수도 있었던 팀 분위기를 확실하게 다잡았다. 서울은 에스테그랄을 2대0으로 완파하며 결승행 가능성을 높였다. 차두리는 "단순한 클럽 경기가 아닌 국가대항전이라는 심정으로 뛰었다. 한국축구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서울의 차두리 효과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 확실하게 발휘가 되고 있다. ACL 선수등록이 마감된 3월 말에 입단해 8강전부터 무대를 밟고 있다. 알아흘리(사우디아라비아)와의 8강 1, 2차전과 에스테그랄전까지 단 3경기를 뛰었을 뿐이다. 드러나 풍부한 경험과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플레이로 팀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한국 축구를 잇달아 울렸던 이란 대표 선수들이 즐비한 에스테그랄과의 맞대결에서 차두리의 힘은 확실하게 증명됐다. 상암=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