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행의 첫 관문이다. 결전의 날이 밝았다.
FC서울이 25일 오후 7시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란 에스테그랄과 2013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4강 1차전을 치른다. K-리그는 최근 4년 연속 ACL 결승에 진출했다. 포항(2009년), 성남(2010년), 울산(2012년)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전북(2011년)은 승부차기에서 아쉽게 준우승을 차지했다.
서울이 K-리그 5회 연속 ACL 결승 진출에 도전장을 냈다. 에스테그랄전은 마지막 고개다. 서울의 안방에서 벌어지는 1차전이다. 눈을 돌릴 곳은 없다.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멀티 득점을 기록해야 한다. 그래야 원정에서 벌어지는 2차전의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ACL은 유럽챔피언스리그와 마찬가지로 원정 다득점 원칙을 적용한다. 실점을 할 경우 결승행은 더 험난해진다. 최용수 서울 감독이 "2대1로 이기는 것보다 1대0 승리가 더 낫다"고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2차전은 다음달 3일 0시30분(한국시각) '원정팀의 무덤'인 테헤란 아자디스타디움에서 벌어진다.
구단 창단 후 첫 아시아 정상 도전이다. 2002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로 확대 재편된 이후 서울이 4강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은 안양LG 시절인 2002년 ACL 전신인 아시안클럽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다. 공교롭게 당시 4강전 단판 승부 상대가 에스테그랄이었다. 무대도 테헤란 아자디스타디움이었다. 서울은 적지에서 에스테그랄을 2대1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에스테그랄은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다. 뜨거운 설전의 주인공 자바드 네쿠남을 비롯해 몬타제리, 테이무리안 등 국가대표 7명이 포진해 있다. 아미르 갈레노이 에스테그랄 감독은 전략을 묻는 질문에 "원정경기에서는 골을 넣는 경기, 홈에서는 실점을 하지 않는 경기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감독도 배수진을 쳤다. 그는 "이란은 높이와 힘을 활용하는 유럽팀이다. 최근에 에스테그랄 경기를 봤을 때 공격적으로 나올 것 같지는 않다. 우린 첫째로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쳐야 한다. 2차전 원정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한 골이 아닌 계속해서 추가적인 득점이 나와야 한다. 숨길 것은 없다. 솔직하게 얘기하겠다. 홈에서 해왔던 대로 우리만의 공격 축구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돌려줄 것은 또 있다. 에스테그랄은 이란 축구의 얼굴이다. 한국 축구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과정에서 '이란 쇼크'에 울었다. 지난해 10월 16일 원정에서 0대1로 패한 데 이어 6월 18일 홈에서 벌어진 최종예선 최종전에서 0대1로 다시 무릎을 꿇었다. 이란전 패전에도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축제를 준비했다. 그러나 이란이 재를 뿌렸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이 한국 벤치 앞으로 달려가 주먹감자를 날렸다. 몇몇 선수는 관중들을 향해 혀를 내밀며 조롱했다.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뿔난 관중들은 축제를 함께하지 않고 서둘러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케이로스 감독 등이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벌금 징계를 받았지만 한국 축구에는 씻을 수 없는 상처였다.
최 감독은 "평소보다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8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지만 이란은 시원스럽지 못한 아쉬운 결과를 준 팀이다. 사우디 알아흘리와의 8강전에선 K-리그 위상을 얘기했다. 이번에는 다르게 접근할 것이다. 최근 이란과의 A매치 전적에서 썩좋지 않기 때문에 국가대항전 성격도 짙다. 가슴에 태극마크는 달지 알았지만 국가대항전이라는 비중을 높게 가져갈 것"이라고 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