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 시즌 오리온스의 가장 큰 외형적 변화? 트레이드를 통한 가드 이현민(30)의 영입이다. 알토란 같은 수확이다. 경기 조율과 속공 능력을 동시에 갖춘 야전 사령관. 리그 최고의 공격형 가드 전태풍과 함께 팀에 속도감을 한껏 높였다. 이현민 전태풍을 동시에 기용하는 '투 가드 시스템'에 대한 기대감도 부풀어 오른다.
하지만 추일승 감독은 우선 순위를 분명히 했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전지훈련을 진두 지휘하고 있는 추 감독은 "이현민이 전태풍의 과부하를 줄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뛰는 것도 좋지만 대체 선수로서의 가치가 우선이라는 뜻. 그는 "지난 시즌 전태풍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가드가 마땅치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30분을 넘게 뛰면서 아무래도 경기 막판 체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전태풍의 위치를 대신할 수 있는 자. 이현민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전태풍과 가드 자리를 부담 없이 나눠 맡길 수 있는 인물.
상황에 따른 전태풍 이현민 '동시 투입'은 플러스 옵션이다. 추 감독 스스로 밝히듯 오리온스의 올시즌 대표적 색깔은 "닥공(닥치고 공격) 농구"다. 이현민과 전태풍은 속공의 달인이다. 둘이 한꺼번에 코트에 나설 경우 스피드 하나만큼은 최고 단계로 끌어올릴 수 있다. 시너지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단, 두 선수 동시 투입은 상황에 맞게 적절한 조율 속에 이뤄질 전망이다. 미스 매치에 따른 수비 부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현민 카드'를 손에 쥐면서 가드 고민을 덜어낸 오리온스. 속공 듀오에 대한 사용 설명서는 추 감독이 쥐고 있다.
나하(오키나와)=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