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시내티 레즈 추신수가 지난 24일(이하 한국시각) 뉴욕 메츠와의 경기에서 도루 2개를 추가하며 3년만에 20(홈런)-20(도루)을 작성했다. 추신수를 포함해 이날 현재 20-20을 달성한 메이저리거는 콜로라도의 카를로스 곤잘레스(26홈런-21도루), LA 에인절스의 마이크 트라우트(26홈런-33도루), 샌프란시스코의 헌터 펜스(25홈런-21도루), 오클랜드의 코코 크리습(22홈런-20도루), 밀워키의 카를로스 고메스(22홈런-37도루), 샌디에이고의 윌 베너블(22홈런-22도루), 피츠버그의 앤드류 맥커친(20홈런-27도루), 워싱턴의 이안 데스몬드(20홈런-21도루) 등 9명이다. 이 가운데 30(홈런)-30(도루)에 가장 가까운 선수는 트라우트인데, 에인절스가 6경기 밖에 남겨 놓지 않아 '미친 듯' 몰아치지 않는 한 기록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지난해 밀워키의 라이언 브런과 에인절스의 트라우트를 포함해 지금까지 30-30 기록이 60차례 작성됐다.
메이저리그(162경기)보다 34경기가 적은 국내 프로야구(128경기)에서는 SK 최 정이 지난달 25일 창원 NC전에서 시즌 20도루에 성공하며 2년 연속 20-20을 달성했다. 이날 현재 최 정의 성적은 28홈런, 22도루. 현역 선수 가운데 대표적인 '호타준족'을 꼽으라면 단연 최 정이다. 지난해에는 최 정 말고도 넥센 박병호와 강정호가 20-20 클럽에 가입했는데, 올시즌에는 두 선수 모두 도루 부문서 기록이 저조하다. 이날 현재 박병호는 7도루, 강정호는 15도루를 기록중이다. 올시즌 최 정을 포함해 국내에서 20-20 기록은 역대 37번 달성됐다.
하지만 30-30의 명맥은 끊어진 지 10년이 넘었다. 국내에서 한 시즌 30홈런과 30도루를 기록한 사례는 지난 2000년 현대 박재홍을 마지막으로 총 7차례 밖에 안된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박재홍은 신인이던 지난 96년 사상 처음으로 30-30을 달성하는 등 생애 통산 3번이나 대기록을 작성했다. 박재홍은 통산 300홈런, 267도루를 기록하며 대표적인 '호타준족'으로 그라운드를 호령했다.
그러나 30-30클럽은 2001년부터 올해까지 13년째 '회원'이 나오지 않고 있다. 참으로 보고 싶은 기록이 아닐 수 없다. 박재홍 이후 30-30에 근접했던 기록조차도 찾기 힘들다. 이유는 어찌보면 간단하다. 토종 타자들 사이에 거포 자체가 줄었고, 각 구단의 외국인 타자에 대한 의존도도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2010년 이전에는 데이비스, 마르티네스, 클락 등 발 빠른 거포 외국인 타자들을 꽤 볼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모든 구단들이 투수 위주로 '용병'을 뽑는 상황이라 30-30은 물론 20-20 기록마저도 보기가 힘들어졌다.
더구나 고교야구에서도 나무배트를 도입한 이후로 장타력을 갖춘 유망주들이 줄고 있어 향후 뛰어난 호타준족의 탄생을 기대하기가 더욱 어려워진게 현실이다. 또 국내 프로야구의 경우 시간이 흐를수록 수비에서는 '멀티 포지션'을 강조하지만, 타격에서는 한 가지만 잘하면 중용되기 때문에 홈런과 도루, 두 가지를 모두 잘 하는 타자가 드물어진 원인이 되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