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의 다음 단계가 바로 독설입니다."
최근 한국사회를 온통 점유하고 있는 단어, 바로 '힐링'이다. 경쟁과 혼란에 지친 현대인들은 너도나도 '힐링'을 찾아 헤맨다. TV 오락프로그램에서도 심심치 않게 '힐링'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그런데, 이 '힐링'이 정말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최종 답안일까. '힐링'의 다음 단계는 없을까. 이 근원적인 물음에 대해 여자 프로농구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은 자신있게 해답을 내놨다. '힐링'의 다음 단계, '힐링'으로도 풀 수 없는 문제에 대처하는 방법. 임 감독이 내놓은 해법은 바로 '독설'이다.
지난 16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신한은행의 일본 시즈오카 전지훈련을 지휘하고 있는 임 감독은 목이 쉴 정도로 혹독하게 선수들을 다그치고 있다. 훈련 중에나 연습경기 중에 납득할 수 없는 모습이 나오면 여지없이 호통이 터진다. 훈련이 끝난 뒤 미팅에서는 선수들이 눈물을 쏙 뺄 만큼 강한 질책이 쏟아진다.
왜일까. 임 감독의 성격이 원래 그렇게 모질고 독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훈련에 참가한 선수들이 그렇게 부족해서일까. 모두 아니다. 임 감독이 독한 승부사이긴 해도, 선수들에 대한 정과 의리는 끈끈하고 단단하다. 또 간판 선수인 최윤아와 김단비 하은주가 대표팀 차출로 빠졌어도, 조윤주 곽주영 등이 주축이 된 신한은행 전훈 멤버들은 결코 약하지 않다.
임 감독은 이번 훈련에서 '독설가'의 면모를 자처했다. 일부러 더 강하고, 독하게 선수들을 다그치는 중이다. 이유는 단 하나. 선수들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 지난 시즌 잃어버린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수들의 마음을 세심하게 다독여주는 '힐링'을 넘어선 새로운 방법이 필요했다. 그게 '독설'이다.
임달식 감독이 누군가. 신한은행의 6시즌(2007~2012) 연속 통합 우승 중에 5번의 우승(2008~2012)을 이끌었던 여자 프로농구계 대표적인 명장이다. 전략과 선수 조련에 관해서는 독보적이다. 그런 그가 '힐링을 뛰어넘어 선수들을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으로 '독설'을 들고 나온 것이다.
임 감독은 "지난 시즌에는 곽주영이나 조윤주, 그리고 어린 선수들에게 특별히 강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저 '팀에 잘 적응해달라'는 주문만 했다. 새로운 분위기를 낯설어하는 선수들이 '힐링'을 할 수 있게 하려고 했다"면서 "하지만 이번 시즌에도 그런 분위기로 가면 안된다. 이제 조윤주나 곽주영이 팀의 주축으로 활약해줘야 할 시기다. 그래서 일부러 더 강하게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명검을 만들기 위해서는 더 뜨거운 불로 쇠를 달구고, 보다 강하게 내리쳐야 하는 원리와 비슷하다. 임 감독은 "신한은행이 많은 우승을 할 수 있던 가장 큰 이유는 선수들에게 독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끝까지 달라붙는 그런 독기가 사실 지난 시즌에는 많이 부족했다. 이번 캠프에서 다시 그런 모습을 심어주고 싶다. 그래서 당분간 '독설'을 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힐링'의 대안으로 '독설'을 선택한 임 감독의 결단이 과연 신한은행에 다시 통합우승의 영광을 가져다 줄 수 있을 지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