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 베테랑' 김승구(31·화성시청)가 승승장구하고 있다.
김승구는 지난 12일 충남 계룡시민체육관에서 막을 내린 제18회 김창환배 전국남녀펜싱선수권 남자부 에페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시즌 2관왕을 달성했다. 결승에서 한솥밥 절친 후배이자 런던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정진선을 박빙의 승부끝에 15대13으로 눌렀다. 4강에서 국가대표 권영준(익산시청)을 15대8로 꺾었다. 권영준은 김창환배 직전 남원에서 펼쳐진 인천아시안게임 국가대표선발전에서 박상영에 이어 2위로 자동선발된 자타공인 에이스다. '실력파 후배'들을 줄줄이 꺾고 이룬 우승이라 더욱 뜻깊다. 올시즌 국내 피스트에서 '노장' 김승구의 부활은 주목할 만한 사건이다. 지난 5월 제42회 회장배 전국남녀종별펜싱선수권에서도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008년 이후 5년만에 국내 무대 개인전 정상에 서는 감격을 누렸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남자 에페 단체전 금메달리스트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했고, 2008년 아시아선수권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8년 이후 김승구의 펜싱 인생은 줄곧 내리막길이었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잇달아 탈락하며 마음고생이 심했다. 서른을 훌쩍 넘긴 김승구는 한때 펜싱의 길을 접을까도 고민했었다. 펜싱 밖의 다른 일들도 무수히 시도해봤지만 펜싱만큼 잘하고, 펜싱만큼 좋아하는 것을 찾지 못했다.
4년만에 반전이 시작됐다. 국내대회 2관왕에 오르며 '에이스의 부활'을 알렸다. 김승구는 비결을 묻는 질문에 "작년에 화성시청 최고참이던 선배 (박)민태형이 한체대 에페 코치로 자리를 옮기면서 고참으로서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팀 전력이 약화될까봐 이를 악물고 더 열심히 훈련했다"고 했다. 좋아하는 펜싱을, 마음 비우고 즐기며 한 것 역시 승리의 비결이다.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기 위한 노력이 개인, 팀 모두에게 의미있는 결실로 돌아왔다.
김창환배에선 김승구를 비롯, 실력과 경험을 겸비한 베테랑들의 파이팅이 빛났다. 김승구의 동기생인 한상규(성북구청)가 남자플뢰레 1위에 올랐다. 지난해 런던올림픽 단체전 여자 에페 맏언니로 은메달을 따냈던 정효정(부산시청)도 정상에 올랐다. 국가대표선발전에서 남현희와 명승부끝에 1위에 등극한 '베테랑' 전희숙(서울시청)도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