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전인미답의 '토종 더블' 꿈이 이뤄질까.
한동안 침체됐던 포항의 패스축구가 부활하고 있다. 포항은 14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가진 제주와의 2013년 FA컵 4강전에서 4대2로 승리했다. 지난해 대회 우승을 차지한 포항은 이날 승리로 2년 연속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포항이 내달 19일 전북과의 결승전에서 승리할 경우, 2년 연속 대회 우승 및 FA컵 최다 우승(4회)의 기록을 세우게 된다. 대회 2연패는 전남(2006~2007년)과 수원(2009~2010년)만 보유하고 있는 기록이다.
당초 포항은 9월부터 하락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됐다. 시즌 초반 패스축구로 재미를 봤으나 외국인 선수 없는 로테이션의 한계 속에 체력 저하, 부상 변수가 속출했다. 스플릿 그룹A행을 앞두고는 중원 사령관 황진성이 부상으로 2개월 간 결장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을 받는 등 흔들림이 계속됐다. 서울과의 2013년 K-리그 28라운드에서는 상대 패스에 무너지며 0대2로 완패하기도 했다. 그러나 제주전에서 다시 패스축구의 위력을 앞세워 4골을 퍼부어 공격본능을 뽐냈다. 황진성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기용된 김승대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주고 있다. 한동안 골가뭄에 시달렸던 박성호의 부활, 시즌 내내 한결같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좌우 측면 공격수 고무열 조찬호의 활약도 뛰어났다. A대표팀을 오가고 있는 이명주의 컨디션 조절과 황 감독의 로테이션 구상만 잘 맞아떨어진다면 상위권 수성 뿐만 아니라 리그, FA컵 동시제패라는 꿈도 어렵지 않아 보인다.
황 감독은 여전히 신중하다. "상위리그에서 연승을 하거나 독주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시즌 막판까지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서울전에서도 드러났듯이 상위권에 도전하는 팀들의 집중력은 지키는 팀보다 강력하다. 선두 포항(승점 52)부터 4위 전북(승점 49)까지 불과 1경기 차이다. 매 라운드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전력 면에서는 포항이 나머지 3팀보다 처지는 편이다. 황 감독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집중력과 조직력을 앞세워 매 경기에 나선다고 해도 '한 방'이 있는 다른 팀과의 맞대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패스의 힘도 아직까진 만족스럽지 않다는 평가다. 황 감독은 "아직까지 경기 때마다 편차가 큰 편이다. 제주전에서는 잘 이뤄지기는 했지만, 최근의 흐름을 따져보면 좀 더 시간을 두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무엇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프로라면 도전해야 하는 게 마땅하다"며 더블을 향한 도전 의지는 숨기진 않았다.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하지만 희망의 빛이 조금씩 보이고 있다. 더블 달성을 향한 포항의 발걸음이 조금씩 빨라지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