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현재 다소 절박한 상황이다.
선두 자리를 LG에게 빼앗긴 채 재역전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지난 2년 연속 통합우승을 하는 과정에서 시즌 후반부에 이렇게 고전한 적이 없었다.
주요 원인은 부상악재다. 타선과 주루 플레이에서 핵심 역할을 하던 선수들이 빠졌기 때문이다.
그 부상자는 바로 채태인과 조동찬이다. 채태인은 지난달 17일 포항 넥센전에서 다이빙캐치를 하다가 왼쪽어깨 골절상을 입었다.
조동찬은 이에 앞선 같은 달 13일 LG전에서 LG 문선재와 충돌하면서 왼쪽 무릎의 골절과 함께 인대의 일부가 손상되는 중상을 얻었다.
이들의 부상 이탈로 인한 여파는 컸다. 한때 타격왕을 바라볼 정도였던 핵심 타자 채태인이 빠지자 삼성의 팀타율과 장타율은 채태인 부상 이전보다 눈에 띄게 하락했다.
기동력 야구의 선봉이었던 조동찬이 빠진 후유증도 컸다. 삼성은 10일 현재 도루 갯수가 85개에 불과하다. 최하위 한화(65개) 다음으로 적은 숫자다.
다른 팀들은 모두 100개를 거뜬히 넘기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의 기동력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알 수 있다.
류중일 감독도 "조동찬이 없으니 기동력을 앞세운 야구를 구사하기가 힘들어졌다"고 걱정할 정도다.
오죽하면 류 감독은 진갑용마저 무릎 부상으로 10일 1군 엔트리에서 빠지자 "장기판으로 치면 '차-포-마'를 다 떼고 붙는 것같다"고 푸념했을까.
이처럼 갈 길 바쁜 가운데 우울한 삼성에게 희망의 불빛이 서서히 비치고 있다.
채태인과 조동찬이 1군으로 복귀하기 위한 시동을 걸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류 감독은 채태인을 11일부터 2군 경기에 출전하도록 했다.
지난 6일 일본에서의 치료와 재활을 마치고 돌아온 이후 본격적인 실전 적응 과정이다. 이날 SK와의 2군 경기는 우천으로 취소됐기 때문에 12일부터 본격 출전하게 된다.
류 감독은 일단 부상 부위를 우려해 공을 던지지는 말고 타격만 하도록 조치했다. 채태인은 2군에서의 적응 단계를 거치면 이번 주말 한화전부터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조동찬도 당초 우려보다 회복 속도가 빠르다. 조동찬은 처음 부상했을 때만 해도 올시즌을 포기해야 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골절된 뼈가 잘 붙은 덕분에 11일 자로 깁스를 풀었다. 류 감독은 "깁스를 한 바람에 근육이 많이 빠졌다. 근육을 되살리기 위한 재활훈련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근육 재활훈련 기간을 감안하면 포스트시즌에 출전할 가능성도 기대하고 있다는 게 류 감독의 설명이다.
시즌을 접었던 것으로 마음을 비웠던 조동찬이 복귀 가능성을 보여준 것 만으로도 삼성에게는 천군만마나 다름없다.
더구나 진갑용도 왼쪽 무릎에 미세한 염증인 것으로 진단받아 10일을 채우면 복귀가 가능하다. 삼성의 부상의 악몽에서 서서히 벗어나며 웃음을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목동=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