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비쌍곡선이 명확했다.
12일 인천 SK-두산전은 흥미로웠다. 리그 대표적인 두 파워피처의 맞대결이었기 때문이었다.
SK 김광현은 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파워피처다. 150㎞를 넘나드는 위력적인 패스트볼과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며 옆으로 휘는 슬라이더가 명품이다. 지난해까지 고전했지만, 올해 완전히 부활한 비룡의 에이스. 고무적인 것은 시즌 초반 좋지 않았지만, 경기를 치를수록 예전의 구위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경기 전까지 21경기에 나와 10승7패, 평균 자책점 4.26을 기록하고 있다. 2년 전만해도 노경은은 김광현과 비교대상이 될 수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승6패, 7세이브 평균 자책점 2.53으로 잠재력을 폭발시킨데 이어, 올해에도 9승8패, 평균 자책점 3.54를 기록하고 있다. 공의 위력의 측면에서는 김광현에 뒤지지 않는다. 150㎞ 안팎의 패스트볼과 130㎞ 중반의 포크볼과 슬라이더가 있다.
▶흔들린 노경은 & 완벽한 김광현
1회부터 노경은은 좋지 않았다. 선두타자 조동화에게 우선상 2루타를 맞았다. SK는 정근우의 희생번트와 최 정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허용했다. 2회에서는 2사 이후 임 훈에게 내야안타를 허용한 뒤 정상호에게 초구 144㎞ 가운데 높은 패스트볼을 던져 투런홈런을 허용했다. 찰나의 방심과 완벽하지 않은 제구력이 만들어낸 집중타.
3회 삼자범퇴를 시켰지만, 4회 또다시 박정권에게 우선상 2루타를 허용한 뒤 박재상에게 적시타를 맞았다. 풀카운트에서 포크볼로 헛스윙을 유도했지만, 타자 가운데로 밋밋하게 떨어지는 실투였다. 즉, 많은 주자를 내보내지도, 많은 안타를 맞지도 않았지만, 내보낸 타자 대부분에게 홈을 허용했다. 위기관리능력이 그리 좋지 못했다는 의미.
이날 김광현은 전성기 시절 이상의 투구를 보여줬다. 좌우 코너워크가 완벽했고, 승부구를 확실하게 잡아넣었다.
1회부터 그런 모습을 보였다. 1사 이후 민병헌을 볼넷으로 보냈다. 그리고 들어선 타자는 대한민국 최고의 컨택트 능력을 자랑하는 김현수.
2B 2S 상황에서 김광현이 던진 공은 148㎞ 바깥쪽 꽉 차는 패스트볼. 김현수가 스탠딩 삼진을 당할 만큼 완벽한 공이었다. 그리고 4번 타자 오재일마저 삼진.
막강타선을 자랑하는 두산은 5회 양의지가 우월 1루타를 칠 때까지 단 하나의 안타도 뽑아내지 못했다. 이날 유일하게 위기를 맞은 5회 최 정의 수비실책으로 1사 1, 3루의 위기를 맞았지만, 이종욱을 병살타로 처리하며 돋보이는 위기관리능력까지 선보였다.
▶두 파워피처의 명암을 가른 차이
노경은의 구위는 나무랄데가 없다. 항상 지적받는 것은 효율성이다. 너무나 뛰어난 공의 위력에 비해 경기내용은 그렇게 뛰어나지 못하다. 제구력의 불안도 있지만, 가장 많이 지적받는 부분은 투구의 강약조절이다. 그의 주무기는 패스트볼과 포크볼, 그리고 슬라이더다. 모두 타자들에게 비슷하게 느껴지는 강한 구종들이다. 때문에 상대타자들은 타이밍을 잡기가 상대적으로 쉬워진다. 때문에 실투가 들어가면 장타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두산 김진욱 감독은 "커브를 많이 던지라고 한다. 그래야 투구 직전 파워포지션을 형성하거나 상대 타자를 혼란스럽게 하는데 매우 유리해진다"고 했다. 실제 노경은이 커브가 효율적으로 들어갈 경우 호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날 김광현이 이 부분을 실천했다. 이날 김광현이 106개의 총 투구수 중 강약조절을 위해 던진 커브는 11개. 주로 카운트를 잡기 위해 들어간 공에 두산 타자들은 타이밍 싸움에 혼란을 겪었다. 물론 김현수에게 던진 공이 손에 빠져 포수가 잡을 수 없는 커브를 던지기도 했다. 그러나 유효적절한 시점에 들어간 커브로 자신의 주무기인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의 위력을 더욱 가중시켰다.
또 하나는 승부구를 더욱 강하게 던졌다는 점이다. 2S 이전 패스트볼은 대부분 143~148㎞ 사이였다. 하지만 삼진을 잡기 위해 던지 2S 이후 패스트볼은 148㎞ 이상의 좌우 꽉찬 공이 들어왔다. 컨트롤도 제대로였다. 이날 김광현은 6⅔이닝 1피안타 5탈삼진. 노경은은 5이닝 5피안타 4실점.
두 투수는 너무나 위력적인 공을 가지고 있지만, 기록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두 파워피처에게 맞는 나름의 강약조절을 더욱 단련할 필요가 있다. 인천=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