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할수록 천천히….'
잘 알면서도 실천이 힘든 경우가 있다. 사령탑에게 부상 회복이 거의 다 된 투수가 꼭 그렇다. 치열한 순위 싸움을 치르다 보면 투수는 늘 부족하고 아쉽기 마련.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갈증은 더하다. 거의 회복했다면 하루라도 빨리 쓰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하지만 어쩌면 제일 위험할 때일 수 있다. 두들겨 보지 않고 건넌 돌다리. 자칫 물에 빠질 수도 있다.
팀 타율 1위 두산의 고민은 마운드다. 주요 이탈자가 많아 부족한 자원으로 전쟁을 치렀다. 반가운 소식, 부상 선수들의 복귀가 임박했다. 에이스 니퍼트와 이용찬이다. 나란히 실전 피칭 단계다. 두산은 막판 스퍼트를 시작할 시점. 최근 1,2위 LG, 삼성이 살짝 주춤한 사이 기회가 왔다. 1위 LG와 2.5게임 차. 4강을 넘어 최소 2위를 확보하겠다는 목표 의식이 또렷하다. 마음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두 투수를 1군 마운드에 올리고 싶다. 하지만 도 닦는 심정으로 '급할수록 천천히…'를 외치고 있다.
두산 김진욱 감독은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LG전을 앞두고 니퍼트, 이용찬의 복귀 시점에 대해 언급했다. 김 감독은 "니퍼트는 오는 13일 혹은 14일에 퓨처스리그 경기에 등판해 50개 정도 던질 예정이다. 이후 상태에 따라 1군 등판 여부를 결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순조로울 경우 다음 주중 1군 마운드에 설 수 있다.
한편, 김 감독은 "이용찬은 내일(12일) 2군 경기에 등판한다. 2, 3일 쉰 다음 다시 2군에 던질 예정이다. 그리고 나서 1군 등판이 가능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이용찬은 10일 LG와의 퓨처스리그 경기에 등판해 1이닝 동안 16개의 공을 던졌다. 재활 후 첫 실전피칭. 과정이 순조로울 경우 이용찬은 니퍼트와 비슷한 다음 주중 복귀가 가능할 전망. 다만, 보직은 다르다. 니퍼트는 선발, 이용찬은 불펜 예정이다. 김 감독은 "이용찬은 일단 불펜요원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당장의 활용 방안을 설명했다.
등 근육통을 호소하며 후반기 개점 휴업에 들어갔던 니퍼트는 10일 54개의 불펜 피칭을 소화했다. 스스로 "아픈데 없고 준비 됐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시즌 전 팔꿈치 충돌 증후군 판정을 받고 수술대에 올랐던 이용찬은 당초 예정했던 재활 기간보다 복귀가 조금 늦어졌다.
포스트시즌 활용까지 염두에 둘 수 밖에 없는 금쪽같은 두 투수. 보호가 우선이다. 그래서 신중, 또 신중이다. 마음이 급하지만 시간을 두고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상황. 어쨌든 니퍼트와 이용찬의 합류 임박 소식은 시즌 막판과 포스트시즌 대반전을 노리는 두산에게 천군만마가 될 전망이다.
잠실=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