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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A로 본 에이스 투수들의 질적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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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현재 10승 이상을 올린 투수는 총 9명이다. 13승으로 다승 공동 선두인 삼성 배영수와 롯데 유먼을 비롯해 각팀 에이스급 투수들이 이미 두자리 승수를 넘어섰다. 흥미로운 것은 10승을 앞두고 있는 투수들도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이날 현재 9승 투수가 10명이며, 8승 투수는 4명, 7승 투수는 3명이다. 이들의 보직은 대부분 선발이며, 앞으로 3~4차례 등판 기회가 남아있기 때문에 10승 투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8,9승 투수 14명 가운데 절반인 7명이 10승 달성에 성공한다면 올시즌 두자리 승수 투수는 16명에 이른다.

역대 한 시즌 10승 이상 투수가 가장 많았던 해는 91년과 93년으로 무려 23명의 투수가 두자리 승수를 올렸다. 92년에는 20명, 94년에는 19명의 투수가 10승 고지를 돌파했다. 당시 8개 구단 체제였던 프로야구는 지금처럼 철저한 5선발 체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1~3선발들은 등판 기회가 많아 10승 이상 거둘 확률이 지금보다는 높았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봐야 할 점이 있다. 바로 평균자책점이다. 평균자책점 3.00 이하를 기록한 투수가 91년에는 15명, 93년에는 18명이었다. 이날 현재 규정이닝을 넘긴 투수 가운데 평균자책점이 3.00 이하인 투수는 NC 찰리(2.51)와 SK 세든(2.66), 둘 뿐이다. 평균자책점이 나빠졌다는 것은 전체적인 투수들의 실력 저하를 의미한다.

지난해 10승 이상 투수는 14명이었고, 평균자책점 3.00 이하 투수는 6명이었다. 또 지난해 10승 이상 투수 14명의 평균자책점의 평균은 3.21이었다. 올시즌에도 10승 투수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서 나오겠지만, 평균자책점 수준은 그보다 훨씬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현재 10승 투수 9명의 평균자책점 평균은 3.61이다. 각팀의 에이스급 투수들의 평균자책점이 지난해와 비교해 0.40 정도 나빠졌으니, 실력도 비슷한 정도로 하락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타고투저 현상이 기승을 부리던 99~2003년에도 평균자책점 3.00 이하 투수는 한 시즌 0~2명에 불과했다. 2003년에는 현대 외국인 투수 바워스가 3.01의 평균자책점으로 이 부문 타이틀을 차지했을 정도다.

올시즌에도 타고투저 현상이 두드러지기는 했지만, 에이스급 투수들의 질적 하락이 우려의 수준까지 도달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외국인 투수보다는 토종 투수들 사이에 이러한 지적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유가 뭘까.

우선 '빅3'라 가운데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KIA 윤석민은 시즌초부터 부상을 겪은데다 보직을 마무리로 바꾸면서 주목을 받을 기회가 적어졌고, 김광현은 부상에서 돌아온 뒤 불같은 기세로 10승에 도달했지만, 투구 내용은 전성기만 못하다. 이들의 처지가 바뀌면서 에이스급 투수들의 전반적인 실력이 하락했다는 이야기다.

또 이들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아야 할 투수들이 많지 않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한때 다승, 평균자책점 1위를 달리던 KIA 양현종은 부상으로 시즌을 접었고, 지난해 혜성처럼 등장한 두산 노경은은 전반기 고전을 면치 못하다 후반기가 돼서야 안정 궤도에 올랐다. 신인왕 경쟁을 벌이는 두산 유희관과 NC 이재학은 입단 4~5년차로 좀더 성장을 지켜봐야 한다. 입단 1~2년차 선발투수중에서는 눈길이 가는 선수가 없다. 오히려 삼성 배영수와 장원삼, KIA 김진우, 롯데 승승준 등 30대 이상의 베테랑들의 호투가 관심을 끌고 있다.

외국인 투수들의 실력도 지난해만 못하다는 평가다. 넥센 나이트와 롯데 유먼의 경우 올시즌 심한 기복을 보이는 바람에 평균자책점이 지난해 2점대에서 3~4점대로 치솟았다. 두산 니퍼트는 부상 때문에 후반기 들어서는 등판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새 외국인 투수 중에서는 SK 세든과 NC 찰리가 돋보일 뿐, 나머지 투수들의 활약상은 기대 이하다.

"압도적인 투수, 괴물같은 투수를 보고 싶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류현진을 그리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