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A대표팀 감독의 결론은 수비형 미드필더였다.
구자철(볼프스부르크)의 포지션을 두고 장고를 거듭했던 홍 감독이 1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크로아티아와의 친선경기에 구자철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했다.
포메이션은 4-2-3-1이다. 조동건(수원)이 원톱으로 선발 출격한다. 공격 2선은 유럽파로 채워졌다. 김보경(카디프시티)이 2선에서 공격을 지원하고 아이티전에서 맹활약을 펼친 손흥민(레버쿠젠)과 이청용(볼턴)이 좌우 날개로 선택받았다. 포백 라인은 윤석영(QPR)-김영권(광저우 헝다)-곽태휘(알 샤밥)-이 용(울산)이 낙점 받았다. 골키퍼 장갑은 정성룡(수원)이 다시 꼈다.
관심은 구자철의 포지션이었다. 그는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됐다. 파트너로는 박종우(부산)가 짝을 이룬다.
구자철은 아이티전에서 원톱과 섀도 스트라이커를 오갔다. 페널티킥으로 1골을 기록하는 등 플레이가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김보경과 포지션이 겹치면서 홍 감독은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홍 감독은 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크로아티아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구자철의 포지션을 두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뒀다. "오늘 훈련을 마치고 내일 선수 구성을 할 예정이다. 지금 (소속팀에서) 김보경은 가운데 자리하고 구자철은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한다. 두 선수 모두 장점을 가진 선수들이다. 이 선수들의 장점을 극대화 시키는게 필요하다. 두 선수 중 조금 더 장점이 있는 선수에 맞게 포지션을 계획하고 있다." 결론은 수비형 미드필더였고, 구자철에게 공수 연결고리 역할의 중책을 맡겼다.
구자철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된 또 다른 이유는 기존 중앙 미드필드 자원들이 확실한 믿음을 심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이티전에서 더블 볼란치로 하대성(서울)과 이명주(포항)이 짝을 이뤘다. 후반 20분에는 하대성이 교체되고 한국영(쇼난)이 그 자리에 섰다. 하대성과 이명주가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경기가 거듭될수록 기성용(선덜랜드)의 공백이 느껴지는 위치다. 패스가 나아가야 할 타이밍에서 주춤하다. 종패스의 문이 열렸지만 횡패스로 템포를 죽였다. 골을 넣은 후에는 압박도 느슨해지는 문제점을 노출했다. 더블 볼란치는 공수의 연결고리이자 전술의 중심이다. 한 순간이라도 집중력을 잃으면 위기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홍 감독은 '중원 강화'를 크로아티아전 전술의 포인트로 삼고 구자철에게 중책을 맡겼다.
최전방 원톱과 섀도 공격수, 중앙 미드필더 등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구자철의 존재로 홍 감독의 전술 운용은 폭이 넓어질 수 있다. 공격에 실마리가 풀리지 않을 경우, 경기 중 언제든지 구자철을 전방 배치할 가능성이 높다. '구자철 시프트'가 크로아티아전의 핵심 관전 포인트로 떠 올랐다.
전주=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