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에 누가 된다면 한시도 더 머물 뜻이 없다."
목동사격장 운영권 변경 과정에서 공문서를 변조했다는 의혹를 받고 있는 박종길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10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체육 개혁의 의지를 담아 야심차게 임명한 체육인 출신 첫 문체부 차관이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태릉선수촌장을 거친 현장 출신 행정가로서 스포츠인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아왔다.
이달 초 불거진 목동사격장 소유권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지난 3월 문체부 차관으로 임명되면서, 공무원 영리행위 금지 규정에 따라, 18년간 운영해온 목동사격장을 운영할 수 없게 됐다. '박종길' 개인 명의로 된 사격장 소유권을 법인으로 바꾸고 대표자를 부인 명의로 다시 바꾸는 과정에서 공문서를 변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태년 민주당 의원은 지난 5일 "박 차관이 4월26일 본인을 법인 대표로 전환한 뒤허가변경 작업에 착수했다. 사격장 허가권을 가진 서울지방경찰청은 두 달 사이에 두 번이나 허가를 변경(5월13일, 7월8일)해주는 편의를 제공했으며, 사업자등록을 담당하는 양천세무서는 두 번의 거부(5월2일, 5월6일) 끝에 사업자등록 변경을 허가했다"고 설명했다. "허가 변경을 위해선 목동사격장이 활용하고 있는 공간에 대한 사용허가 변경이 필수적이지만, 시설의 소유주인 서울특별시의 허가변경이 없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9일 이용섭 민주당 의원이 의혹을 제기하면서 문제가 다시 확산됐다. 박 차관은 "갑작스럽게 공직에 나서게 되면서 목동사격장 명의를 바꾸는 문제가 급했다. 빨리 처리해야 할 일인데 공무에 바빴기 때문에 아들이 세무서에서 코치해준 대로 진행했다. 세무서에서 하라는 대로 진행했는데, 만약 문제가 될 줄 알았다면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문제가 된다면 책임지겠다. 정권에 누가 된다면 한시라도 빨리 물러나는 것이 옳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격사의를 표명했다.
체육인 출신 첫 차관의 낙마 움직임 속에 스포츠인들의 실망감도 대단히 크다. 체육인 출신 첫 차관에 대한 기대가 컸다. 일부에선 '정권 흔들기'의 시각도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 대선 당시 태릉선수촌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하는 현수막이 걸렸다. 전 태릉선수촌장의 입각에 일부 시선이 곱지 않았던 이유다. 민주당은 박 차관의 목동 사격장 의혹이 불거지자마자 대변인 성명을 내고 강도높게 박 차관의 경질을 요구했다. 문체부는 박 차관이 사의를 표한 당일 오후 발빠르게 공식 보도자료를 냈다. 스포츠 현장을 누비던 체육인 출신 첫 차관이 6개월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