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의 빈볼 논란이 뜨겁다.
8일 잠실 삼성전. 6회 시속 150km가 넘는 패스트볼이 삼성 배영섭의 헬멧을 강타했다. 구급차가 들어왔고 배영섭은 병원으로 후송됐다. 싸늘한 분위기. 공교롭게도 7회 리즈의 공이 박석민의 몸에 맞았다. 박석민은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차명석 코치가 마운드로 올라와 이동현으로 교체했다. 박석민에게 허용한 사구는 올시즌 리즈의 20번째 몸에 맞는 공. 최다 사구 기록 보유자다.
논란이 불거졌다. '고의성'을 다분히 의심하는 일부 해석도 뒤따랐다. 리즈는 과연 일부러 타자들을 맞히고 있는걸까.
우선, 상황을 보자. 배영섭 사구가 나온 6회. LG는 3-1 박빙의 리드를 지키고 있었다. 무사 1루에 볼카운트는 1B2S. 투수에게 유리한 볼카운트였다. 고의로 맞힐 상황은 아니었다.
둘째, 어깨와 얼굴 각도를 보자. 투수들은 '고의로' 타자를 향해 공을 던질 때가 있다. 이른바 보복구다. 이 경우 타자들이 제일 먼저 안다. "순간적으로 어깨와 몸이 타자 자신을 향하는 것이 느껴진다." 현역 코치의 설명이다. 배영섭을 맞힐 때 리즈의 어깨는 평소처럼 열려 있었다.
셋째, 홈런 친 다음 타석에서 몸에 맞는 볼에 대한 의구심? 리즈는 빠르지만 제구력이 좋은 투수는 아니다. 마음도 여리다. 잘 던지다 갑작스럽게 제구 난조에 빠지는 이유다. 홈런을 맞고 난 뒤 사구는 그 상대 타자와의 승부를 지나치게 의식한 결과라고 봐야 한다. 평소 제구력도 썩 좋지 않은 투수가 코너워크를 지나치게 하려다가 탈을 일으킨 셈. 배영섭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1회 리즈는 거의 한복판 높은 패스트볼을 던졌다가 홈런을 맞았다. 6회 2점차 리드에 무사 1루의 승부처 상황에 배영섭에게 코너워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몸쪽에 붙이는 공은 병살을 잡기 위한 선택이었다.
네번째, 비난의 표적이 됐던 과도한 세리머니. 배영섭의 사구로 리즈는 무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한방으로 승부가 갈릴 수 있는 순간. 하지만 정형식 박한이 최형우로 이어진 후속 3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위기에서 탈출했다. 너무나도 중요한 경기, 너무나도 중요한 순간이었다. 피 말리는 1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LG-삼성 전. 리즈 개인적으로도 8월9일 잠실 롯데전 이후 한달간 4경기 연속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넘기는 순간, 승부에 몰두했다면 무의식 중에라도 기뻐할만 했다. 물론 '배영섭 사태'를 생각했다면 액션의 크기를 조절하는 편이 나았다. 그 점에 있어서 만큼은 리즈가 사려 깊지 못했다. 하지만 리즈는 6회를 마치고 덕아웃에 들어오자마자 맨 먼저 통역에게 배영섭의 몸 상태를 물었다. 안부를 체크한 리즈는 통역에게 "배영섭에게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꼭 좀 전해달라"고 말했다.
리즈의 불완전한 제구력. 160㎞에 달하는 무시무시한 광속구와 합쳐져 타자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사고 방지'를 위해 리즈는 아예 몸쪽 공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걸까? 만에 하나 그럴 경우 리즈는 한국 프로야구에서의 '생존'을 포기해야 할지 모른다. 당장 올 가을 11년만의 대망의 포스트시즌에서 1선발로 마운드에 서야야 할 리즈다.
LG 차명석 투수코치는 "고의는 절대 아닌데…, (리즈도) 살려고 하는건데 결과적으로 안 좋은 상황이 나왔다. 삼성에 많이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어 "리즈는 평소에 어렵게 (코너워크로) 가는 것보다 맞혀 잡도록 권유하는 편인데…"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