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 포항 감독에게 홈구장인 '스틸야드 포기'가 우승을 향한 마지막 '히든카드'가 될 수 있을까.
포항이 지난 5일 스틸야드 그라운드 전면 교체를 발표했다. 1991년 완공된 스틸야드는 지난 2003년 그라운드 교체를 한 이후 현재까지 10년 동안 사용해왔다. 그러나 그라운드가 노화되면서 잔디 생육력이 점점 떨어졌다. 올 여름을 보내면서 그라운드 곳곳에 맨땅이 드러났다. 경기장 관리 부실과 선수 부상 위험 및 경기력 저하 등에 대한 지적<스포츠조선 9월 3일자 보도>이 이어졌다. 시즌 중 전면 교체와 시즌 후 교체를 놓고 고민했던 포항 구단이 결국 결단을 내렸다. 포항 구단 측은 '부분적인 보수 만으로는 최상의 그라운드를 유지할 수 없는 상태'라며 '좀 더 먼 미래를 바라보고 어려운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포항은 스플릿 그룹A 홈 6경기를 포항종합운동장에서 치르기로 했다.
그러나 황 감독은 머릿속에는 '미래'가 아닌 '현재'가 존재했다. 8일 전북과의 K-리그 클래식 27라운드가 열린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난 황 감독은 "부득이한 상황이었다. 홈경기장에서 패스 연결이 너무 어려웠다"고 밝혔다. 짧은 패스를 바탕으로 볼 점유율을 높이는 포항의 경기 스타일에 논두렁 잔디는 상대보다 더 강한 '적'이었다. 패스가 통하지 않자 포항도 힘을 내지 못했다. 최근 홈에서 열린 2경기에서 승리가 없다. 그룹B의 약체 경남과 0대0 무승부를 기록했고, 부산에는 1대2로 패했다. 잔디 관리 부실이 가져온 경기력 저하가 부진의 원인 중 하나였다.
더이상 지켜볼 수 없었다. "새로운 구장에서 경기를 하기가 낯설기는 하지만 적응 훈련을 하면 된다. 핸디캡이 있어도 환경상 어쩔 수 없다. (새 홈경기장을 사용해 ) 분위기가 어수선한 것보다 잔디가 좋은게 더 낫다." 황 감독의 결단에 포항 구단도 일사천리로 홈 구장 임시 이전을 결정했다.
선수들이 새로운 홈 구장 그라운드에 적응하는 일만 남았다. 황 감독은 "스틸야드보다 포항종합운동장의 잔디 상태가 더 낫다. 고르게 작업하고 있고, 손을 보면 더 좋아질 것이다"라며 "선수들이 흘린 땀의 가치가 헛되지 않게 감독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의지를 새롭게 다졌다.
스플릿 시스템의 작동으로 그룹 A에서 우승 경쟁을 펼치고 있는 포항에 '패스'는 팀의 장점이자 우승으로 가는 원동력이다. 이를 위해 '홈구장 포기'라는 도박까지 감행했다. 과연 포항과 황 감독의 '스틸러스 포기'가 결단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전주=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