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선수들이라면 누구나 '기록 경신'에 대한 열망이 있다. 새 기록을 작성함으로 인해 스스로의 커리어를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몸값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몸값'과의 상관관계가 아니더라도 스스로의 한계치를 뛰어넘으려는 노력과 그에 따른 결실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언제나 박수를 받을 만한 일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KIA 나지완(28)의 2013시즌은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 하다. 올해 팀의 4번타자 역할을 맡으며 자신의 '커리어 하이' 성적을 향해 성큼성큼 전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나지완의 놀라울만 한 활약이 아쉽기도 하다. 이런 아쉬움은 바로 나지완이 2014시즌에는 더 이상 'KIA의 주전력'이 될 수 없다는 현실에서 출발한다. 나지완의 뜨거운 활약이 반가우면서도 안타까운 KIA의 아이러니다.
올해 프로 6년차인 나지완은 4일까지 100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9푼6리(345타수 102안타)에 18홈런 83타점을 기록 중이다. 단연 팀내에서 돋보이는 활약이다. 팀내에서 타점과 장타율(0.499) 1위에 홈런은 이범호(20개)에 이은 2위다. '4번 타자'로서 제 몫을 충분히 한 셈이다.
특히 나지완의 페이스가 데뷔 후 자신의 최고기록을 향해 성큼성큼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 더 훌륭하다. 이미 타점은 데뷔 후 최다기록을 뛰어넘었다. 타율에서는 7리만 끌어올리면 2011년 기록했던 3할2리를 뛰어넘을 수 있고, 홈런은 6개를 추가하면 2009년(23개)의 개인 최고기록을 경신한다.
또 8개의 안타를 더 치면 지난해 달성했던 109안타의 개인 한 시즌 최다안타 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 큰 의미가 없는 기록이긴 해도 도루 역시 2개만 더 하면 지난해 개인 최고기록(7개)을 뛰어넘는다. 4일 현재 팀이 25경기를 남겨둔 시점이라 타격 각 부문에서 개인 최고기록을 넘어서거나 그에 준하는 성적을 낼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를 종합하면 올시즌이 바로 나지완의 '커리어하이 시즌'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KIA의 미래를 생각하면 이처럼 빼어난 나지완의 활약이 그리 반갑지는 않다. 나지완의 '커리어 하이'시즌에는 박수를 보내지만, 조금만 멀리 내다보면 이것이 가져올 반작용이 우려된다. 이유는 단 하나. 이런 나지완의 활약상을 내년 시즌 KIA에서는 기대키 어려워서다. 나지완은 올해를 끝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올해로 만 28세. 신체건강한 나지완은 그간 팀을 위해 계속 군 복무를 연기해왔다. 사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군에 입대하려는 계획도 있었지만, 선동열 감독의 만류로 한 시즌 더 팀에 남기로 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나이가 차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입장이다.
나지완이 내년 시즌 군복무로 인해 팀에서 빠지게 될 경우를 가정해보자. KIA는 당장 '100안타-20홈런-90타점'을 낼 수 있는 4번타자를 잃게 된다. 전력 누수가 엄청날 수 밖에 없다. 나지완의 군입대가 미칠 후폭풍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때문에 미리 대비책을 세워놔야만 한다.
물론 나지완이 내년시즌에도 팀에서 활약할 일말의 가능성은 남아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예비엔트리에 포함될 경우다. 그러나 이 가능성은 현시점에서는 불투명하다. 불확실한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것은 도박이다. 팀을 운용하는 입장에서는 취하지 말아야 할 선택지다.
결국 냉정하고, 현실적인 상황인식과 대처법 마련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나지완의 공백을 일단 기정사실로 가정하고,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를 고민하는 것이 올해 스토브리그에서 KIA의 또 다른 숙제가 될 것 같다. 이 숙제, 해결못하면 내년 시즌도 그리 희망적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