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세계남자배구선수권대회 아시아지역 최종라운드(D조· 일본 아이치현 고마키)에 출전 중인 한국 대표팀의 의무실이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곳저곳이 쑤신 아픈 선수들이 하나둘씩 들어와 몸과 마음을 모두 치료받고 나간다.
환경은 열악하다. 주최측에서는 각 팀에게 최소한의 방만 내주었다. 일본 호텔의 특성상 방이 작다. 여러가지 장비를 비치하고 치료할만한 방이 없다. 대표팀은 적당한 공간을 찾아 호텔 이곳저곳을 헤매고 다녔다. 3일은 8층에 있는 컨퍼런스룸, 4일에는 18층에 있는 미팅룸을 이용했다. 의자를 이어붙여 침대를 만들었다. 1시간 밖에 사용하지 못했다.
열악한 환경에서 효과를 높이기 위해 최고의 전문가들이 합류했다. 팀닥터 이상훈 CM충무종합병원장은 프로야구 NC와 KIA의 팀닥터다. 정형외과 전문의가 대표팀 팀닥터로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창식 JDI선수트레이닝센터 재활트레이너 역시 베테랑이다.
첫 손님은 진상헌(대한항공)이었다. 왼쪽 허벅지 근육 상태가 좋지 않았다. 진단을 통해 부상 부위를 체크했다. 한국에서 공수해온 체외충격파 치료기를 꺼내들었다. 도니어사에서 생산하는 가장 고가의 장비였다. 아픈 부위에 대고 치료를 시작했다. 욱신거리는 통증이 느껴졌다. 선수들은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손상된 부위에 전자기파를 가해 치료했다. 치료가 끝나면 재활 운동 프로그램을 알려주었다.
소소한 이야기들도 오갔다. 서재덕(KEPCO)은 대학 2년 후배이자 KEPCO에서 한솥밥을 먹게 되는 전광인에 대해 말했다. 전광인이 8월 12일 드래프트장에서 "대학 시절 (서)재덕이 형이 장난을 많이쳐서 괴로웠다. 이제 힘들어질 것 같다"고 농담삼아 말한 바 있다. 서재덕은 "광인이도 내게 장난을 많이 쳤다. 선배 때리는 후배는 그 녀석밖에 없을 것"이라고 변론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 원장은 "그동안 과학적인 스포츠의학 체계가 제대로 잡히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선수들이 선진적인 스포츠의학을 접할 수 있어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나고야(일본)=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