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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3색 골키퍼도 예외없다! 홍명보 감독의 무한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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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파가 합류하면서 '홍명보호 3기'는 포지션별 무한 경쟁에 돌입했다.

예외는 없다. '철밥통'으로 통했던 골키퍼 포지션도 포함이다. 그 동안 A대표팀 골문은 주전 골키퍼가 심각하게 불안한 상황을 만들지 않으면, 백업 골키퍼가 영원한 백업으로 남는 것이 현실이었다. 지난 3년간 대표팀 주전 수문장으로 활약한 선수는 정성룡(수원)이었다. 정성룡은 '거미손' 이운재(현역 은퇴)를 밀어내고 2010년 남아공월드컵 본선부터 주전 자리를 꿰찼다. 좀처럼 백업 골키퍼에게 틈을 주지 않았다. 2011년 카타르아시안컵, 2014년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과 최종예선을 모두 주전으로 소화했다. 특히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도 조별리그 3경기를 비롯해 8강전, 3~4위전을 모두 뛰었다. 당시 올림픽대표팀을 지휘하던 홍명보 감독의 와일드카드(23세 이상 선수)로 낙점됐다.

그러나 지난달 14일 페루전에서 기류가 바뀌었다. '정성룡 천하'가 깨졌다. 김승규(울산)가 정성룡 대신 골키퍼 장갑을 꼈다. A매치 데뷔전에도 불구하고, 김승규는 펄펄 날았다. 동물적인 감각으로 두 차례 슈퍼 세이브를 기록했다. 또 다시 드러난 홍명보호의 골결정력 부재에 대한 아쉬움을 날려버렸다.

하지만 김승규도 안심할 수 없다. 한 경기 맹활약만으로 대표팀 주전 골키퍼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오산이다. 무엇보다 두 명만 경쟁했던 1기, 2기 때와 달리 3기에는 골키퍼가 한 명 더 가세했다. 일본 J-리거 김진현(세레소)이다.

김승규는 치열한 경쟁을 인정했다. 그는 4일 파주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좀 더 집중하게 되고, 훈련 중에도 하나라도 더 막으려고 노력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진현도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바뀐 뒤 훈련과 조언을 똑같이 받는다. 경쟁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정성룡 역시 "남아공월드컵 때도 골키퍼들이 주목을 받았다. 중요한 때인 것 같다. 요즘 느끼고 있다"고 했다.

세 명의 수문장은 각양각색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김승규는 순발력과 공중볼 장악력이 탁월하다. 정성룡은 풍부한 경험으로 안정감있게 필드 플레이어들을 이끈다. 세이브 능력도 출중하다. 김진현은 일본 J-리그에서 터득한 발기술이 좋다.

기록으로만 따지면, 김승규와 김진현이 눈에 띈다. 김승규(21경기 20실점)와 김진현(24경기 22실점)은 소속팀에서 0점대 방어율을 유지하며 정성룡(22경기25실점)보다 나은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김승규와 김진현은 아직 정성룡에게 도전자의 입장이다. 김승규는 "경쟁보다 성룡이 형을 따라하고 있다. 주전과 백업 골키퍼의 벌어진 격차를 좁히고 싶다"고 밝혔다. 김진현은 "대표팀은 소속팀과 다른 세계다.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했다.

주전 골키퍼 자리를 탈환해야 하는 정성룡은 페루전에서 김승규에게 주전 자리를 내준 뒤 한층 성숙해졌다. 그는 "브라질월드컵으로 가는 과정에서 위기이자 기회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한 단계 더 성숙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 같다"고 했다.

홍명보 A대표팀 감독은 이날 골키퍼 뿐만 아니라 나머지 포지션에서도 경쟁체제를 가속화시켰다. 조동건(수원) 김보경(카디프시티) 구자철(볼프스부르크) 이청용(볼턴) 곽태휘(알샤밥) 등 조끼 팀과 지동원(선덜랜드) 손흥민(레버쿠벤) 하대성(서울) 홍정호(제주) 등 비조끼 팀으로 나눠 미니게임을 실시했다. 브라질월드컵 본선 전까지 경쟁의 끈을 계속 놓지 않겠다는 홍 감독의 의중을 엿볼 수 있었다.

파주=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