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은 무죄라고 했다.
한화 이글스 투수 김혁민은 요즘 중간계투로 활약하고 있다. 올시즌 들어서 붙박이 선발로 던지다 8월 들어서 보직이 불펜을 바뀌었다. 팀에 도움이 된다는 측면에서는 나쁘지 않은 변신이다. 김혁민은 지난달 31일 대전 넥센전에서 홀드를 추가했다. 3-2로 앞선 7회 등판해 8회까지 2이닝 동안 안타 1개만을 내주고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리드를 박정진에게 이어줬다.
마운드가 약화된 한화로서는 김혁민이 불펜에 가세한 것은 크나큰 도움이 될 수 밖에 없다. 그가 불펜으로 돌아선 이후 3연승도 해봤고, 짜릿한 역전승도 경험했다. 이날도 한 점차 승리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김혁민의 호투 덕분이다. 김응용 감독도 경기후 "선발 이브랜드와 김혁민이 너무 잘 던져줬다"고 했다. '너무'라는 표현을 썼다.
김혁민이 선발에서 불펜으로 옮긴 것은 지난달 13일 청주 NC전부터다. 그동안 선발 요원으로 각광받던 김혁민을 중간계투로 바꾼 것은 김 감독의 결단이다. 이유는 간단한다. 선발로 던질 때 기복이 크다는 것이었다. 실제 김혁민은 올시즌 선발로 던진 20경기 가운데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한 것은 7번 밖에 없다. 선발로 나가 5실점 이상 한 경기도 9번이나 됐다. 8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따낸 경기도 있지만, 5이닝도 버티지 못하고 5점 이상을 내준 적도 수두룩하다. 들쭉날쭉한 피칭을 그대로 지켜볼 감독은 아무도 없다.
여기에 장타 허용도 많아 김 감독의 애를 태웠다. 올시즌 김혁민의 피홈런은 24개로 9개팀 전체 투수 가운데 가장 많다. 이 부문 2위인 삼성 장원삼(15개)보다 9개가 많다. 소위 공이 '긁힐 때'는 언터처블이지만, 제구가 안되고 밋밋할 때는 홈런 공장이나 다름없다. 이 대목을 한화는 우렵스럽게 생각한 것이다.
김혁민이 불펜으로 보직을 바꾼 지 3주가 지났다. 김혁민은 올시즌 선발로 던졌을 때 5승10패 평균자책점 6.13을 기록했다. 구원투수로 등판해서는 11경기에서 6홀드, 평균자책점 2.28을 올렸다. 겉으로 드러난 성적만 놓고 봐도 불펜 보직이 어울린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날 홀드를 추가한 김혁민은 "보직 이동으로 인한 문제는 없다. 선발이나 중간이나 팀에서 원하는대로 마운드에 오르면 잘 던지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다만, 선발보다는 중간에서 던질 때 체력적으로 많이 힘든게 사실이다. 트레이너코치님들이 많은 관리를 잘 해줘서 좋은 볼을 던질 수 있다"고 밝혔다.
김혁민의 주무기는 150㎞에 이르는 직구와 낙차 큰 포크볼이다. 중간 계투로 던지면서 두 구종의 위력이 한층 높아졌다는 것이 상대 타자들의 평가다. 빠른 볼과 떨어지는 변화구로 삼진을 잡는 비율도 높아졌다. 아무래도 100개 안팎을 던졌던 선발보다는 30~40개로 제한되는 중간 계투로 던질 때 공의 위력을 높일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화는 후반기 들어 승수를 높이면서 계산이 서는 야구를 하고 있다. 특히 마운드 운용에서 김혁민의 활용폭을 넓히면서 안정감을 찾은 것이 사실이다. 마운드 리빌딩의 중심축에 김혁민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대전=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