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맨' 김영삼(32)이 울산의 K-리그 클래식 선두 경쟁을 이끌었다.
김영삼은 28일 선두 포항과의 빅뱅에서 전반 3분 만에 선제 결승골을 터뜨렸다. 왼쪽 측면에서 미드필더 김용태와 2대1 패스를 주고받은 뒤 페널티박스 왼쪽으로 돌파해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김영삼은 최근 깊은 슬럼프에 빠져있었다. 상대 측면 공격수의 스피드에 번번이 뚫렸다. 결국 프로세계의 냉혹함을 맛봐야 했다. 6월 말 대구전부터 주전 자리에서 밀리고 말았다. 수비형 미드필더 김성환이 김영삼의 자리를 메웠다. '김성환 효과'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울산은 측면 수비가 안정되자 8경기 무패 행진을 펼쳤다.
좌절하지 않았다. 때를 기다렸다. 벤치를 달구던 기간 자신의 문제점을 보완했다. 그리고 기회가 왔다. 김성환이 주 포지션으로 돌아가면서 김영삼은 포항전에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았다. 김 감독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문제점으로 드러났던 수비력도 한층 향상된 모습이었다. 중앙 수비수들이 뚫려 실점 상황을 맞은 순간 어디선가 나타나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로 상대 슈팅을 막아냈다.
김영삼은 박동혁에 이어 팀 내에서 나이가 가장 많지만, 그의 일과는 마치 신인 선수같다. 결혼을 해 아파트에서 살고 있지만 오전 8시가 되면 어김없이 숙소로 들어와 아침밥을 먹는다. 오전에 훈련이 없어도 마찬가지다. 저녁에는 잠을 설칠 수가 있어 낮잠은 되도록 피한다. 저녁 취침 시간은 정확히 오후 11시다. 그래서 별명이 '바른 생활 사나이'다. '준비된 자가 기회를 잡는다'라는 말처럼 포항전은 김영삼의 성실함이 빛을 발한 날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김영삼은 "성환이에게 주전 자리를 빼앗긴 뒤 되돌아보고 생각을 많이 했다. 이전에는 공격에 신경을 썼다면, 이젠 수비 역할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고 밝혔다. 이어 "주전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선 감독님이 원하는 왼쪽 풀백의 역할을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울산=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