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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 군대에 노비 체험까지 '생고생 예능'의 진화, 이대로 괜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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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이 점점 가혹해지고 있다. 리얼 버라이어티가 인기를 얻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서는 점점 더 가혹해지며 전문가들도 견디기 힘든 일들에 투입되고 있다. 출연자들이 고난을 겪는 모습에 시청자들이 흥미를 느끼며 제작진들도 '조금 더 힘든 예능'까지 찾고 있는 실정이다. 계속 이렇게 흘러가도 괜찮을까.

지난 18일 17.8%라는, 예능으로서는 꽤 높은 전국 시청률을 기록한 MBC '일밤-진짜 사나이'와 이미 아홉번째 오지를 찾아 떠난 SBS '정글의 법칙'은 '생고생 버라이어티'가 자리 잡는데 일등 공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들은 KBS2 '해피선데이-1박 2일'의 '야외 취침'이나 MBC '무한도전'의 분장하고 거리를 걷는 벌칙은 우스울 정도로 가혹하게 출연자들을 다룬다.

오지를 별다른 장비 없이 체험하는 것이나 군대에 직접 연예인들이 들어가 체험을 하는 것은 꽤 이례적인 일이었다. 특히 '진짜 사나이'는 그저 '수박 겉핥기'로 체험을 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실제 병사들과 똑같은 체험을 하며 남성들까지 열광시켰다.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막을 내린 '파이널 어드벤처' 역시 '생고생 버라이어티'의 일종이다. 출연자들은 2인1조가 돼 태국 등지를 돌며 고생을 자처했고 부상을 입는 일까지 발생했다. 뚜렷한 목표 없는 고생으로 인해 인기를 얻지 못했지만 출연자들은 여느 프로그램 못지 않게 '지옥을 경험했다.'

급기야 최근에는 조선시대 노비를 체험하는 예능까지 등장했다. 지난 24일 첫 방송한 tvN 파일럿 2부작 '시간탐험대 렛츠고(古)'는 개그맨 유상무 장동민 조세호 김주호 최종훈과 이종격투기 선수 임치빈이 조선시대 노비들이 했던 일을 현대의 이기(利器) 없이 그대로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첫 방송에서 이들은 제작진과 '노비계약'을 맺고 조선 건국이래 가장 태평성대를 이뤘다는 성종시대의 노비가 됐다. 철저한 고증으로 이들은 소 돌보기, 불 피우기, 물 떠오기, 소식 전하기 등의 미션을 맡아 어떤 현대적인 기구도 없이 미션을 수행했다. 장동민은 20kg에 달하는 짐을 지고 35km에 달하는 거리를 걸었고 유상무는 하루종인 소 배설물을 치워댔다. 다음 편에서는 나무을 해와 장작을 패던 일에 지친 조세호가 도망을 가다 동료들에게 붙잡혀 치도곤을 당하는 장면까지 등장할 예정이다. 출연자들은 너무 힘든 일에 제작진에게 파업을 선언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제작진은 "전문가의 철저한 역사 고증을 통해 당시의 삶을 완벽하게 재현해 출연자들이 조선시대 당시 노비로서의 삶을 살 수 있는 환경을 완벽하게 만들어놨다. 출연자들이 통제된 상황 속에서 노비의 삶을 직접 살아보면서 온갖 고생을 하며 깨알 웃음을 선사하는 신선한 리얼 버라이어티다"라고 밝혔다.

사실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것이 연예인의 극단적인 모습에 재미를 느끼게 하는 장르이기는 하다. '착한 예능'은 쉽게 질리지만 '독한 예능'은 쉽게 질리지 않는다는 것이 거의 공식에 가깝다. 게다가 '독한 예능'은 좀 더 독해지기를 바라는 것이 시청자들의 심리다.

하지만 '생고생 버라이어티'가 점점 더 독해질 때 시청자들은 마치 마취제에 내성이 생기는 것처럼 점점 흥미를 느끼지 못할 수 있다. 그런 상황이 되면 제작진은 더 힘든 상황을 출연자들에게 요구할 것이고 사고의 위험은 더 높아진다. 한 방송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보면 어디까지 더 독한 예능이 등장할 지 가늠할 수도 없다. 예능 제작진들이 좀 더 독한 소재를 찾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 상태다"라며 "물론 요즘에는 최대한 안전사고 등을 예방하며 촬영하고 있지만 자체적으로 강약 조절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한 때이기도 하다"라고 귀띔했다. 폭주 기관차처럼 달리는 '생고생 버라이어티' 가학성에 브레이크가 필요한 시기가 왔다는 의미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