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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과 전북의 혈투, 주연은 팀이 아닌 데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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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투를 앞두고 긴장감은 팽팽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초반에 워낙 많은 승점을 잃었다. 비겨도 지는 경기다. 원정이지만 적극적인 경기를 할 것"이라고 했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난타전이 될 것이다. 기싸움에서 결코 지면 안된다"고 화답했다. 최용수 감독에게 데얀이 한 골을 더 터트리면 K-리그 사상 최초로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게 된다는 돌발 질문이 던져졌다. 얼굴색이 바뀌었다. "내 머릿속에 데얀은 없다. 누가됐든 골을 넣으면 된다. 데얀의 편의를 봐줄 여유가 없다"며 정색을 했다. 그만큼 두 사령탑은 절박했다.

FC서울과 전북이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격돌했다. 2013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5라운드, 그 문이 열렸다. 평일에도 불구하고 1만7516명이 상암벌을 찾을 정도로 뜨거운 밤이었다. 챔피언스의 향연이었다. 2010년과 2012년은 서울, 2009년과 2011년은 전북의 세상이었다. 최근 4년간 두 팀은 K-리그 우승컵을 양분했다.

정점에서 맞닥뜨렸다. 두 팀은 최근 8경기 연속 무패의 가파른 상승세였다. 서울이 7승1무, 전북이 6승2무였다. 사정권이었다. 경기 전까지 전북이 승점 44점으로 2위(13승5무6패), 서울은 승점 42점(12승6무6패)으로 4위에 포진해 있었다. 순위가 바뀔 수도, 승점이 더 벌어질 수도 있었다.

흥분이 그라운드를 휘감았다. 선수들도 긴장한 빛이 역력했다. 시소게임 이어졌다. 하지만 좀처럼 골이 터지지 않았다. 전반은 0-0으로 막을 내렸다. 후반 12분 고대하던 첫 골이 터졌다. 코너킥 상황에서 김용대가 펀칭한 볼이 흘러 나오자 전북의 케빈이 대포알 슈팅으로 응수, 골망을 흔들었다. 그러나 전북의 리드는 4분 뒤 깨졌다. 또 세트피스였다. 몰리나의 코너킥을 에스쿠데로가 헤딩으로 연결했다. 최은성을 볼을 막는 과정에서 양팀 선수들이 골문에서 뒤엉켰다. 볼을 잡은 주인공은 데얀이었다. 동점골을 터트렸다.

그 벽을 넘었다. 또 하나의 대기록이 작성되는 순간이었다. 10호골이었다. K-리그 최초로 7시즌 연속 두 자릿 수 득점을 달성했다. 김도훈(강원 스카우트)이 2000∼2005년 세운 이 부문 최다기록(6시즌)을 경신했다. 2007년 K-리그에 둥지를 튼 그는 올해까지 한 해도 빠뜨리지 않고 두 자릿수 골을 터뜨렸다. 그는 25일 경남전(0대0 무)에서 골망을 흔들었지만 골이 번복되면서 대기록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데얀은 K-리그의 골역사다. 지난해 31골을 터트리며 2003년 김도훈(28골)이 세운 K-리그 한 시즌 통산 최다골을 9년 만에 갈아치웠다. 2011년(24골)에 이어 2012년 득점왕에 올랐다. 사상 첫 2년 연속 득점왕의 영예를 차지한 K-리거로 기록됐다. K-리그 통산 외국인 선수 최다골, 외국인 선수 한 시즌 최다골도 그의 소유물이다. 지난해에는 외국인 선수로는 2004년 수원 나드손(브라질), 2007년 포항 따바레즈(브라질)에 이어 세 번째, 유럽(몬테네그로) 출신으로는 첫 MVP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두 팀은 결승골을 향해 사력을 다했다. 뛰고 또 뛰었다. 그러나 골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1대1로 마침표를 찍었다. 서울과 전북의 희비는 엇갈리지 않았다. 25라운드의 주연은 팀이 아닌 데얀이었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