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은 없었다. 그렇다고 도움을 기록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존재는 그 누구보다도 컸다.
이천수(인천)가 28일 인천전용구장에서 열린 수원과의 K-리그 클래식 25라운드 홈경기에서 클래스가 남다른 존재라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최근 이천수는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었다. 부상 여파로 몸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여기에 포지션 경쟁자인 남준재의 경기력도 좋았다. 남준재와 번갈아가며 경기에 나섰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이천수가 선발출전할 수 밖에 없었다. 남준재가 경고누적으로 결장했다. 더욱 오랜 시간 뛰어야만 했다. 이천수는 경기 초반 자신의 가치를 보여주었다. 전반 1분 페널티 지역 왼쪽 코너 앞에서 프리킥을 얻었다. 오른발로 강하게 감아찼다. 볼은 골문 구석으로 향했다. 수원의 정성룡 골키퍼가 가까스로 쳐냈다. 쇄도하던 이석현이 그대로 발리슈팅을 날리며 골을 뽑아냈다. 이천수가 골의 8할을 만든 셈이었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이천수는 왼쪽 측면에서 경기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다. 선수들의 밸런스를 봐가면서 경기 템포를 조절했다. 빠르게 할 때는 빠른 발과 개인기를 앞세워 수원의 오른쪽 수비를 공략했다. 숨을 고를 때는 볼을 뺐기지 않고 소유하면서 템포를 골랐다. 이천수의 클래스는 넓은 시야에서 빛을 발했다. 후반 28분 디오고의 골을 이끌어냈다. 이천수는 중원에서 볼을 잡았다. 오른쪽 측면줄을 타고 오버래핑해서 들어가는 최종환을 발견했다. 30여미터 떨어진 거리였다. 이천수는 지체없이 빠른 땅볼 공간 패스로 연결했다. 최종환은 볼을 잡은 뒤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다. 디오고가 헤딩골로 마무리했다. 이천수의 넓은 시야가 만든 골이었다.
이천수는 후반 35분 김태윤과 교체 아웃됐다. 그라운드를 떠나는 이천수에게 6000여 인천 팬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인천은 이천수의 맹활약에 힘입어 수원을 3대1로 누르고 시도민구단 유일 그룹A행을 확정했다. 인천=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