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신인선수들을 뽑는 트렌드도 변화한다?
빠른 변화가 모토인 요즘 시대에 프로야구 신인선수들을 뽑는 트렌드도 변화하고 있다. 2014 시즌을 앞두고 열린 프로야구 신인지명을 통해 보여진 각 구단들의 신인 접근법이 눈에 띈다. 분명, 기존 선수 선발 관행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NC는 26일 열린 신인 2차지명 1라운드 1순위로 서울고 투수 배재환을 선택했다. 신생구단 KT는 일찌감치 우선지명으로 개성고 좌완투수 심재민을 뽑았다. 고교무대에서 좌-우 에이스 한 명씩 만을 꼽으라면 무조건 언급되는 두 사람이었기에 이 선택은 이상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몸상태를 알면 고개를 갸우뚱 할 수도 있다. 배재환은 지난 7월 팔꿈치 피로골절 수술을 받았다. 이제 재활을 시작한단다. 재활이 성공적으로 될 경우 내년 후반기에나 마운드에 설 수 있다. 심재민은 더욱 심하다. 곧 토미존서저리를 받아야 한다. 내년 시즌은 고스란히 재활에 투자해야 한다.
이전 같았으면 아무리 잠재력이 뛰어난 투수라도 부상 경력이 있으면 각 팀들이 꺼렸던게 사실이다. 류현진(LA 다저스)이 그랬고 오승환(삼성)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배재환과 심재민은 아픈 상황에도 자신들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최근 트렌드 때문이다. 일단 투수, 야수를 떠나 고교무대를 평정할 만큼 뛰어난 선수들도 당장 프로 1군 무대에서 성공할 확률이 크지 않다는게 현장의 평가다. 선수층이 예전에 비해 눈에 띄게 얇아졌다고 한다. 1군에서 뛸 실력이 되려면 2군에서 2~3년은 갈고 닦아야 한다는 설명. 구단도 장기적 안목으로 신인선수들에 접근하기 시작했다. NC 배석현 단장은 배재환에 대해 "1년만 참고 기다리면 NC의 보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고 KT 주영범 단장은 심재민에 대해 "2015년 1군 진입에 맞춰 모든 준비를 시킬 것이다. 그 때 제 실력을 발휘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신생팀이어서 시간적 여유가 있기에 여유를 부리는게 아니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개념이다.
부상이 없어도 비슷한 개념 속에 뽑힌 선수들이 눈에 띈다. 롯데가 1차지명에서 선택한 경남과 좌완 김유영은 체구도 작고, 구속도 빠르지 않지만 정교한 제구와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에 반했다는게 롯데측의 설명이다. 체계적으로 몸을 키운다면 잠재력이 폭발할 가능성이 있는 스타일이란다. LG가 2차 1라운드에 선택한 성남고 외야수 배병옥 역시 현재 주전 외야수인 이병규(9번) 박용택 이진영 등이 3~4년 후 힘이 떨어질 시점에 올라올 것을 기대하며 선발한 선수다. 그 안에 프로의 몸을 만들어야 한다.
선수들도 크게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게 최근 추세다. 예전 같았으면 "당장 1군에서 뛰고 싶습니다"라고 말해야 하는 선수들이 오히려 여유를 갖는다. KT에 지명된 선수들, 그리고 2년 전 NC에 지명된 선수들이 하나같이 "신생팀에 지명돼 좋다"고 입을 모은 것도 이유가 있다. 본인들도 1군용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설픈 상태로 살벌한 무대에 나가 두려운 경험을 할 바에는 확실히 몸상태와 실력을 끌어올려 한 번에 1군에 적응하고픈 욕심이다.
상위라운드에서 주야장천 투수만 뽑던 모습도 많이 사라졌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다. 그만큼 유능한 투수 자원이 많아야 팀이 튼튼해진다. 그래서 많은 팀들이 상위 라운드에서는 대부분 투수를 선발한다. 하지만 이번 2차 지명에서는 이변이 일어났다. LG는 상위 5라운드까지 모두 야수를 뽑았다. 다른 구단들도 예년과 달리 야수 선택의 비율을 매우 높이는 모습이었다. LG 뿐 아니라 복수의 스카우트 관계자들은 "팀 사정상 야수들이 필요하기도 했지만, 갈수록 쓸만한 투수 자원들이 줄어들고 있는게 냉정한 현실"이라고 밝혔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