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수의 악송구가 덕아웃으로 들어가면? 주자에게 2개 베이스를 갈 수 있는 안전진루권이 주어진다.
그 판단 시점은 언제일까?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이 될만한 장면이 27일 잠실 LG-넥센전에서 나왔다. 0-1로 뒤지던 4회말 LG 공격. 무사 1루에서 6번 이병규(7번)가 3-유 간에 강한 땅볼 타구를 날렸다. 넥센 유격수 강정호가 역모션으로 캐치한 뒤 2루에 송구해 1루주자 포스 아웃.
문제의 장면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부상 회복 후 오랜만에 선발 출전한 2루수 서건창이 뻣뻣하게 서서 들어오던 1루주자 이병규(9번)를 피해 1루쪽으로 던진 공이 손에서 빠졌다. 허공으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공은 1루측 LG 덕아웃 지붕 위에 맞은 뒤 튕겨 나와 땅에 떨어졌다. 1루 뛰던 타자주자 이병규는 안전진루권을 부여받아 2루에 안착.
하지만 LG 김기태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타자주자가 1루를 기준으로 2베이스를 얻어 2루가 아닌 3루까지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벤치에서 나와 최규순 주심에게 어필을 했다. 하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주심은 안전진루권을 부여받을 수 있는 '시점'에 대한 설명으로 김 감독을 설득했다. '안전진루권'을 규정한 야구규칙 7.05조에 따르면 '송구가 벤치나 관중석으로 들어갔을 때 주자에게 2베이스를 준다'고 명시돼 있다. 시점에 대해 '악송구가 야수의 손에서 떨어지는 순간 각 주자가 있던 위치를 기준으로 한다'고 적혀 있다. 애매함을 없애기 위해 부연 설명까지 있다. '원주'에는 '악송구가 되었을 때'라는 것은 '실제로 송구가 야수의 손을 떠났을 때'라는 내용과 함께 '스탠드 속으로 들어갔을 때를 말하는 게 아니다'라는 해설이 있다.
최규순 주심은 김기태 감독에게 "타자 주자 이병규가 1루를 밟기 전에 2루수 서건창의 송구가 시작됐다. 2루까지 2베이스를 진루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LG 측은 '송구 전에 이미 1루를 밟은 것이 아니냐'고 생각했지만, 그 '순간'에 대한 판단은 '아웃-세이프' 판정 처럼 심판의 고유 권한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