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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림의 엄마꿈 인터뷰⑥]임오경, 여자의 두 번째 인생을 꿈꾼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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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함께 두 번째 여자의 인생을 꿈꾼다.

박-남편과 이별을 하고 100% 혼자 키워야 하는 상황이 된 거네요.

임-그전에도 100% 혼자 키웠어요. 반대로 아빠가 있었을 때는 기대고 싶고, 의지하고 싶었는데 자꾸 약해지더라고요. 이제는 기댈 사람이 없다고 하니까 제 자신이 강해지더라고요. 아이에게는 아빠가 없어서 안 좋은 거겠지만, 반대로 제 자신은 강해졌어요. 아빠가 없는 부분까지 메워야겠다는 생각이죠. 한번은 아이가 아빠가 없다고 창피하다는 소리를 했을때 크게 호통 친 적도 있어요. 아빠가 돌아가신 것도 아니고 세상에 있는데, 네가 불편하게 살 필요 없다. 당당하게 얘기해라. 너 잘못한 거 없다. 너 못나지 않았다고, 그런 교육도 시키고 그랬어요. 그 부분에 있어 너 잘못한 거 없어 너 하고 싶은 대로 얘기해. 엄마, 아빠 못나지 않았고 잘 살고 있다. 아이한테 당당하게 심어줬죠.

박-아이는 아빠를 안 찾나요?

임-아빠를 안 찾아요. 어릴 때부터 아빠와 떨어져 살았기 때문에, 석 달에 한 번 만날까 말까 했으니까요.

박-그럼에도 싱글맘이라 힘든 게 있을 거예요.

임-좀 불편하게 있다면, 아빠와 엄마랑 아이가 놀러 다니는 모습을 볼 때, 아이가 '엄마, 아빠 있으면 좋겠다' 그런 말 하면 가장 마음이 아프죠. 그리고 싱글맘이라 힘든 건, 많이 외롭죠. 든든하게 의지도 하면서 얘기도 하고 소통할 사람도 있고 하는데, 전 힘들면 딸밖에 없으니까요. 항상 여자 옆에는 남자가 있어줘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박-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는 건가요? 언젠가는 새로운 아빠를?

임-아이와 합의를 보고 헤야죠. 지금은 논문을 쓰고 있는 중이니까, 이거 마치면 슬슬 새로운 인생을 준비해야죠.(웃음)

박-이상형이 어떻게 되세요?

임-거짓말 안 하고 얘기해도 되요? 일단 경제적으로(웃음), 제가 40대 중반인데요. 저도 일을 하겠지만 그래도 경제력이 좀 있어야죠. 그리고 제가 스포츠를 좋아하니까 스포츠를 같이 해줄 수 있는 남자요. 가장 중요한 건 저 보다 지식 면에서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

박-아이는 엄마가 꿈을 향해 달려가는 걸 지켜봤잖아요. 엄마를 응원도 할 텐데, 그럼 아이는 어떤 꿈을 꾸고 있나요?

임-아이는 자기가 미국으로 유학 가면 엄마 데리고 간다고 해요. 전 '누구 마음대로? 엄마 안가' 그래요. 엄마가 반대하는 결혼은 안 한다고도 해요. 어릴 때부터 엄마하고 같이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전 그게 싫더라고요.

박-마마걸로 키우는 게 싫으신 거죠?

임-물론 그런 말을 해줄 때는 고맙고, 살고 싶은 마음도 간절하죠. 어릴 때는 자꾸 바뀌잖아요. 의사 돼서 엄마 아프면 고쳐주겠다고 하고, 돈 벌어서 집 큰 거 사줄게, 그러면서 꿈이 바뀌더라고요. 연예인이 되고 싶다고도 하고, 어느 날에는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엄마가 너한테 바라는 꿈을 말해도 돼?' 하니까 해보라고 해서, 제가 스튜어디스 하면 좋겠다고 했어요. 사람들 잘 챙기지, 돌아다니는 거 좋아하지, 친근감 있지. '딱 너하고 잘 어울릴 거 같아' 그러니까 딸이 정말 좋다고 하더라고요.

박-현재 세민이와 감독님은 스튜어디스로 일치한 거네요.

임-일단 언어 교육 확실하게 시키고 있고, 얼굴은 성형 안하고 동양인으로 그냥 밀어붙일 생각이에요.

박-어려서 운동은 안 가르쳤어요?

임-체육관에서 노는 게 운동인데, 안 가르쳤겠어요. 그런데 아이가 겁이 많아요. 어릴 때 체육관에서 놀면서, 언니들이 볼에 맞고 멍들고, 수술하고 목발 짚는 거 보면서 많이 울었거든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아이 머리 속에 '운동선수는 싫어'가 잡힌 거 같아요. 즐기는 건 좋은데, 본격적으로 하는 건 싫데요. 제가 '하지 마!' 안 해도 되는 거죠.



▶남자들과의 경쟁이 아닌 상생

박-박사논문을 준비하고 있고, 더 나은 지도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대한민국에 여성 감독이 없어요.

임-제가 6년째인데, 처음엔 힘들었어요. 지금은 많은 분들이 격려해주고 서포트 해줘요. 지금 주니어국가대표 감독도 맞았어요. 그런데 생각 차이인거 같아요. 남자 중심으로 살아가는 환경 속에서 여자가 없는 건 당연한거라고 생각해요. 남들은 '임오경이 잘 났으니까 당연히 해야지?'라고 생각했지만, 전 그렇지 않았어요. 이 생활에 적응된 남자 선생님들이 저 하나를 받아주는 게 너무나 힘들었을 거예요. 여자를 하루아침에 받아주는 게 어렵기 때문에, 내가 노력해서 이들보다 부족한 게 없다는 거를 눈으로 확인 시켜줘야겠다 생각을 했죠. 그래서 공부도 더 하고, 다른 일도 더 많이 했고, 도움 줄 수 있는 것도 더 주고. 제가 여자라는 걸 강조하지 않고 맞춰가려고 노력했어요. 그렇게 하니까 어느 날 같은 선에 서 있게 되더라고요.

박-거기까지 가는 길도 많이 힘들었을 거 같아요.

임-힘들었죠. 제가 울고불고 하면서 '볼일도 서서 보겠습니다'라는 표현도 썼어요. '제발 나를 여자로 안 봐줄 수 없냐?'고 울면서 하소연도 했죠. 남자들이 회식하면 나 때문에 2차 못가는 그 모습을 보면서 일부러 술 취한 척하면서 먼저 '2차 갑시다' 그러고 했어요. 제 성격은 그게 아니거든요. 지금은 같이 어울려 사는 문화에 적응을 한 거죠.

박-임 감독님 하나 때문에 모두를 맞출 수 없으니까, 모두의 틈에서 본인을 맞춰간 거네요.

임-일본 생활도 그렇게 했고, 한국에 와서도 맞춰가면서 했어요. 이제 조금씩 제 스타일로 끌어들이기고 있어요..

박-남자들과 함께 일하면서 힘든 엄마들도 굉장히 많을 거예요. 그분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팁이 있다면요?

임-조직이라는 곳에서 남자, 여자라고 생각을 안했으면 좋겠어요. 나와 똑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그 사람들의 장점만 봐줬으면 좋겠어요. 여자는 남자들 세계에 들어가면 안 좋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생각을 좀 바꾸면 좋겠어요. 그리고 피해의식을 버리고요. 분명히 남자보다 여자가 장점이 더 많아요. 제가 남자의 세계란 스포츠계를 살다 보니까 여자로 태어난 게 정말 자랑스러워요.

박-일본에서 아기 낳을 때 처음으로 여자인 게 후회됐는데, 더 시간이 지난 지금은?

임-'왜 여자인 나만 아이를 낳아야해', '왜 여자인 나만 키워야 해?' 이런 불만이 처음엔 있었지만, 내 손으로 키워야하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니까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그리고 핸드볼 안에서도 제가 남자였다면, 스포트라이트 다 받지도 못했어요. 여자이기 때문에 제가 조금 노력했더니 받은 거죠. 그런 거처럼, 여자이기 때문에 조금만 남자보다 특별나게 노력하면 스포트라이트를 완전하게 받을 수 있어요. 남자는 걸어온 길이 같아요. 그런데 여자는 다른 길을 가게 되고 특별할 수가 있어요.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건 오히려 남자보다 여자가 더 많죠.

박-생각의 차이일 텐데, 생각을 조금만 다르게 하니까 도리어 힘든게 아니라 기회가 되는 거네요. 마지막으로 여성 스포츠인으로 사회에 바라는 게 있다면요.

임-여성 스포츠인에게도 아이를 출산할 수 있는 기회를 줬으면 좋겠어요. 후배들이 38~40인데 결혼도 안하고, 아이도 낳지 않고 코트에서 뛰고 있어요. 일반 사회인은 출산, 육아 휴직도 있는데 스포츠인에게는 없어요. 결혼과 임신은 은퇴를 해야 한다는 관념이 박혀 있어요. 서른여덟에 은퇴한 선수가 결혼하고 계속 유산을 하는 걸 곁에서 봤어요. 운동하는 여성들에게도 1년이란 출산, 육아의 시간을 주는 체계적인 법안이 만들어진다면 좋겠습니다.

▶박경림이 본 임오경

영화배우 김정은 씨가 연기했던 영화 '우생순'의 주인공 임오경 감독과의 만남은 내게 영화보다 진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핸드볼 감독인 그녀가 한 사람의 여성으로, 아내로, 엄마로서 오로지 혼자 감내해야 했던 삶의 무게가 그대로 전해져 두 시간이 넘는 인터뷰 내내 울먹울먹, 왈칵왈칵, 감정을 주체하기 힘들었다.

'악바리'라는 선수 시절 별명 그대로, 그녀는 여전히 배움에 목말라 있고, 가르치는 일에 열성이다. 그리고 코트 위에서 낳고, 젖 먹고, 쑥쑥 자라준 그녀의 하나뿐인 딸은 이혼의 시련을 겪으면서 이제는 친구 같은 든든한 삶의 동지가 되었다. 삶의 위기를 꿋꿋이 버텨내며 지금 세상 누구보다 씩씩한 싱글맘으로 살아가는 그녀가 '운동하는 여성들이 다른 직군의 여성들만큼 만이라도 마음 편하게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했던 마지막 말이 내내 가슴 아프다.

한편, '박경림의 엄마꿈 인터뷰 - 임오경 편'은 28일 오후 7시 여성채널 트렌디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리=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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