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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자의 開口]미국명문대생도 강조한 '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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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시간이 짧았네요."

"미국에서도 이런 자리는 없었어요. 꼭 이야기해야 겠어요."

힘차게 내디딘 첫 발, 반응은 뜨거웠다. 모두들 공감했다. 참석자들은 "정말 좋은 기획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스포츠조선과 체육인재육성재단이 공동기획한 '대한민국 스포츠 백년지대계: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 교육세미나가 14일 열렸다. 제주도 서귀포에 위치한 한국국제학교(KIS) 세미나실에서 막을 올렸다.

미국 명문대 펜싱팀 감독, 선수들이 함께 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공부와 운동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공부하는 선수', 미국 스포츠의 당연한 모델이었다.

가장 먼저 프린스턴대 에이스인 그레이시 스톤이 경험을 털어놓았다. "가족이 공부하는 학생선수다. 언니 오빠도 프린스턴대 펜싱팀 선수이자 국가대표"라며 "펜싱과 공부를 병행하면서 어릴 때부터 선택과 집중을 해야했다. 펜싱을 통해 스포츠맨십, 최선을 다하는 법, 현명하게 시간을 관리하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펜싱선수가 아니었다면 프린스턴대에 다니지 못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브라운대 펜싱팀의 한국유학생 차유진이 마이크를 넘겨받았다. 그는 "미국학생들에게 운동은 어느 요리에나 항상 들어가는 소금같은 것"이라며 "신기하게도 공부가 가장 잘됐던 시기는 펜싱이 가장 잘됐던 시기와 일치한다. 운동과 공부의 균형을 찾는다면 충분히 윈-윈게임이 가능하다.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학생선수 시스템을 통해 우리나라도 스포츠강국에서 스포츠선진국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한국계 테니스 스타 알렉스 김(한국명 김경일)이 무대에 올랐다. 2001년 전미대학테니스선수권 단식우승자, 2011년 스탠포드 명예의 전당 헌액자다. 3년간 프로선수로 활동한 후 뉴욕 월스트리트의 대형투자사에서 수조원대 거래를 성사시키는 성공적인 '금융전문가'로 일했던 경험을 소개했다. "25세때까지 변변한 인턴 경험도 없었지만, 수년간 학업과 운동을 병행해온 노하우로 어떤 고난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했다.

각 대학 감독들의 '멘토링' 시간이 이어졌다. 스탠포드, 노스웨스턴, 프린스턴, 컬럼비아, 브라운 등 미국 명문대 감독 9명이 직접 한국학생 및 선수들의 질의에 답을 했다. 결론은 "학교도 기업도 공부하는 선수를 선호한다"였다. "학생선수들의 졸업률은 일반학생들의 졸업률을 상회한다.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한다. 학교도 기업도,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학생선수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1시간 30여분 동안 진행된 세미나는 아쉽게 막을 내렸다. 다음을 기약했다. 자리를 함께한 미국 감독들은 "이런 자리는 처음이다. (학교로)돌아가서 꼭 알려야겠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열심히 세미나를 경청한 학부모, 학생, 한국 펜싱선수들도 "운동과 공부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아직 우리의 현실이…"라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갈길이 멀구나'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첫 술에 배부르기를 바라고 시작하지 않았다. 스포츠를 다루는 언론사로서 사명감을 갖고 고민했다. 준비하는 지난 3개월여의 시간 동안 많은 시행착오도 겪었다. '과연 체육인재, 공부하는 선수의 모델은 무엇일까', '대학입시의 과도한 경쟁에 놓여있는 우리 꿈나무들에게 운동이 어떤 역할을 해야할까', '우리 현실과의 괴리는 어떻게 좁혀야 하나' 등 많은 문제제기를 했다. 그 길을 찾아나서고자 첫 술을 들었다.

사실, 그동안 우리는 성적만 강조했다. 선수에게도, 우리들의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해왔다. 운동기계, 공부기계는 그런 우리들이 만들어놓은 자화상일 것이다. 건강한 사회, 건강한 대한민국을 위해서 꼭 넘어야 할 벽이다.

이번 세미나는 그 출발점이다. 스포츠조선은 계속해서 그 준비를 해 나갈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꿈과 미래가 있어야 한다.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