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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본 에인트호벤, 박지성의 경쟁력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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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은 분명히 큰 역할을 해 줄 것이다."

VIP룸을 빠져 나오는 PSV에인트호벤 구단 관계자가 엄지를 세우며 한 말이다.

박지성은 18일(한국시각) 네덜란드 에인트호벤의 필립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고어헤드와의 2013~2014시즌 에레디비지에 3라운드 출전명단에서 제외됐다. 에인트호벤과 임대 계약 후 다리 근육 부상으로 최근 팀 훈련에 정상적으로 참가하지 못했다. 선수 관리를 최선으로 여기는 필립 코쿠 에인트호벤 감독에겐 박지성의 고어헤드전 결장은 당연한 결정이었다. 에인트호벤은 전반전에만 10개가 넘는 슛을 기록하면서 고어헤드를 압박했다. 짜임새 있는 고어헤드의 수비와 역습에 애를 먹는 듯 했으나, 후반 시작 2분 만에 리드를 잡으면서 흐름을 완전히 가져갔다.

고어헤드전에서 코쿠 감독이 내세운 전략은 다채로웠다. 4-1-4-1과 4-2-3-1 포메이션을 번갈아 구사하면서 고어헤드를 압박했다. 최전방 원톱 자리는 팀 마타브즈가 전담을 했고, 좌우 측면 공격수로는 맴피스 데페이와 플로리안 요제프준, 가운데에는 애덤 마헤르와 게오르지니오 바이날둠, 오스카 힐제마르크를 내세웠다. 힐제마르크가 볼란치 역할을 수행하면서 마헤르와 바이날둠이 상황에 따라 공격과 수비를 번갈아 맡으며 경기를 운영했다.

빠른 압박이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다. 고어헤드 수비라인이 볼을 잡는 시점부터 과감하게 전방에서 압박을 전개하면서 숨통을 조였다. 공격부터 수비까지 일제히 전방으로 올라가면서 틈을 좁혔다. 고어헤드는 속수무책으로 공격권을 빼앗겼다. 압박 뿐만 아니라 개인기와 탄력을 활용한 패스와 빈 공간을 찾아가는 움직임도 강팀이라는 수식어를 달기에 충분한 모습이었다. 다만 요제프준~마타브즈로 이어지는 오른쪽 공격에 비해 왼쪽의 움직임이 다소 둔했던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마헤르와 바이날둠이 수행한 공수 연결고리 역할 역시 접전 상황에서도 비슷한 배분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박지성에겐 충분히 승산이 있다. 치열한 경쟁은 피하기 힘들다. 하지만 박지성은 코쿠 감독이 원하는 관록 뿐만 아니라 왼쪽과 중앙으로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선수다. 에인트호벤 코치진이 부상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곧 돌아올 것"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은 이런 신뢰에 기반한다. 오랜 기간 실전에 나서지 못하면서 떨어진 경기 감각과 지난 시즌 다진 조직력을 올 시즌까지 이어가고 있는 에인트호벤에 녹아드는 문제가 향후 활약의 관건이 될 것이다.

에인트호벤 팬들은 고어헤드전에서 박지성의 모습이 전광판에 비춰질 때마다 '박지성송'을 부르면서 크게 환호했다. 걸고 있는 기대가 그만큼 크다. 기량 뿐만 아니라 인기까지 한 몸에 얻고 있는 박지성의 앞날은 밝아 보인다. 에인트호벤(네덜란드)=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