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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후 8개월' 장미란 "재단 일도 역도처럼 차근차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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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전격 은퇴를 선언한 뒤 바벨을 놓은 지 8개월이 지났다. 선수 시절 대부분을 태릉선수촌에서 보낸 그가 현재 매일 출근하는 곳은 경기도 고양의 장미란재단 사무실이다. 이제 출근길이 익숙해졌다. 하지만 아직도 재단일이 서툴기만 하다. 선수 시절보다 눈코 뜰새 없이 더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장미란 장미란재단 이사장(30)을 만났다.

▶바벨보다 더 무거운 '일'의 무게

장 이사장은 "운동할 때는 운동만 하면 됐는데 은퇴하고 나니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바쁘다"며 근황을 전했다. 재단 일부터 영어 공부, 또 박사 과정 논문을 준비하는 것까지 일이 넘쳐난다. 체력과 의지는 충만하다. 반면 일의 성과가 역도의 기록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벽이다. 그는 "역도는 기록이 보인다. 그래서 내가 지금 어느 위치에 있는지 알 수 있다. 재단 일은 전혀 기록이 보이지 않으니 답답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답을 역도에서 찾았다. "바벨도 처음부터 100㎏을 들기 힘들다. 차근차근 무게를 늘려가는 것처럼 일도 차근차근해야 한다. 운동할 때 처럼 시간을 정해 놓고 일을 하니 조금 씩 되더라." 반면 운동을 그만둔 뒤 체중이 느는 타종목 선수들과 달리 장미란은 몸무게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장 이사장은 "주변 사람들이 살을 많이 빼면 장미란 같지 않고 어색하다고 해서 다이어트는 안하고 있는데 자연스럽게 살이 빠졌다.(그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15㎏ 이상 빠졌다고 답했다) 현역 시절에는 체중 유지를 위해 억지로 먹었는데 먹는걸 줄이다보니 자연스럽게 빠지고 있다"며 웃었다. '일'의 무게가 바벨보다 더 무거운가 보다.

▶꿈나무의 꿈을 위한 '재단'

"어떤 선수보다 사랑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했고, 감사했다. 그 사랑을 보답해야 하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장 이사장이 재단 설립을 구상하게 된 배경이다. 장미란재단은 지난해 문을 열었고, 첫 캠프가 2013년에 개최됐다. 캠프는 재단의 주요 사업 중 하나다. 장 이사장의 아이디어다. 그는 "그동안 일반 학생들을 위한 캠프는 많아도 매일 훈련만 하는 어린 운동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캠프가 없어서 아쉬웠다. 운동하는 친구들이 캠프에 와서 놀기도 하고, 다양한 체험도 하면서 본인들이 선택한 길을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싶다"며 캠프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캠프에는 국가대표 선수들로 구성된 'K-team 멘토' 8명이 참석했다.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들의 도움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장 이사장은 캠프에 이어 9월~10월 중 역도 챌린저스대회(가칭)를 열 계획이다. 목표는 하나다. 기회를 잡지 못한 꿈나무들이 꿈을 계속 꿀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는 "얼마전에 고등학교에 방문했는데 전국체전에 나가지 못하는 선수들이 출전 선수들에 방해가 될까봐 훈련장에서 훈련을 제대로 못하는 것을 봤다. 꿈을 잃을까봐 안타까웠다. 이렇게 기회를 잡지 못한 선수들이 꿈과 희망을 다시 키울수 있도록 재미와 교훈을 줄 수 있는 대회를 열고 싶다"고 덧붙였다. 원주=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