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이었다.
당시 대행이었던 최용수 FC서울 감독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 알이티하드와 맞닥뜨렸다. 1차전은 원정이었다. 힘을 뺐다. 골을 넣고 비기기만 해도 문제없다고 판단했다. 안정적으로 경기 운영을 했다. 선수비-후역습에 초점을 맞췄다. 화근이었다. 1대3으로 패했다. 안방에서 열린 2차전에서 1대0으로 승리했지만 1골이 모자랐다. 4강 진출이 좌절됐다. 2011년 9월의 이야기다.
"우리는 시즌이 한창이었고, 상대는 막 시즌을 할 때였다. 조직력에서 균열이 보였지만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원정 부담에 너무 신경쓴 것이 실수였다. 두 번의 실패는 없다. 이번에는 원정부터 FC서울다운 경기를 치를 것이다."
2013년 ACL이 재개된다. K-리그 클래식 팀 중 유일하게 ACL에서 생존한 서울이 18일 출국했다. 복수할 기회다. 공교롭게도 상대는 사우디 프로팀이다. 지난해 ACL 결승전에서 울산에 0대3으로 완패한 알아흘리가 서울의 8강 상대다. 1차전은 22일 오전 3시(한국시각) 열린다.
홈텃세는 이미 시작됐다. 서울의 숙소를 약 100km 떨어진 곳에 잡았다. 아시아축구연맹(AFC)에 항의도 했지만 안하무인이었다. 최 감독은 어차피 넘어야 할 벽이라며 총력전을 선언했다. 클래식 7연승의 상승세를 ACL 원정에서도 잇겠다는 각오다. 화끈한 공격 축구로 기선제압을 할 계획이다. 경고누적으로 결장하는 아디를 제외하고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중원사령과 하대성, 오른쪽 윙백 차두리도 동행했다. 하대성은 14일 페루와의 A매치에서 왼발등을 다쳤다. 차두리는 근육통으로 15일 대전전에 결장했다.
서울의 올시즌 1차 목표는 아시아 정상이다. K-리그는 최근 4년 연속 결승에 진출했다. 포항(2009년), 성남(2010년), 울산(2012년)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전북(2011년)은 승부차기에서 아쉽게 패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K-리그가 아시아 최강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조별리그에서 부리람(태국), 장쑤(중국), 센다이(일본)와 E조에 속한 서울은 조 1위로 16강에 진출, G조 2위 베이징 궈안(중국)을 꺾고 8강에 올랐다. ACL 8강부터 결승까지는 모두 홈앤드어웨이 방식으로 진행된다.
최 감독은 "좋은 분위기속에서 클래식 7연승을 했다. 맑은 정신이 육체를 지배할 것이다. 힘든 원정이지만 우리만의 축구를 할 수 있는 자신감이 넘쳐난다"며 "재작년에 나의 판단미스로 힘든 경기를 했다. 이번에는 최고의 선수구성으로 좋은 결과를 얻고 싶다"고 강조했다.
서울의 행보에 K-리그의 자존심이 걸렸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