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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도 편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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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의 힘'(행성:B잎새, 216쪽)의 저자인 김용길은 신문사에서 편집부 차장으로 일하면서 23년간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서 중요한 뉴스만을 골라 임팩트 있게 편집해온 편집의 달인이다. 저자는 편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A가 B가 될 수도 있고 C가 될 수도 있듯이, 인생 역시 자신이 어떻게 편집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고 설파한다.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와 삶의 가치에 집중하고 나머지 쓸데없는 생각과 물건, 인맥을 잘라내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인생에서 편집이 필요한 이유다, 그리고 이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편집의 힘'이다.

▶버릴 것은 버리고, 잊을 것은 잊어라!

핵심만을 골라서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일상의 모든 것이 편집의 결과물이다. 지저분한 방을 청소하고 쓰지 않는 물건을 버리고, 더 나은 수납법을 고민하는 것은 자신에게 최적화된 공간으로 편집하기 위한 것이다. 인생의 경조사를 알리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눌 사람들을 친한 정도나 관계 등에 따라 선별하는 것 역시 인맥을 편집하는 것이다.

편집에서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이 '무엇을 더 채울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덜어낼 것인가'인 것처럼 인생 편집 역시 마찬가지다. 쓸데없는 물건이나 사람, 기억 등으로 가득 찬 삶은 그 무게로 인하여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그러므로 기준을 세우고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을 분류하고, 불필요한 것들을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

저자는 이때 기준이 되는 것이 '삶의 목표'라고 말한다. 삶의 목표는 인생의 콘셉트라고도 할 수 있다. 콘셉트에 맞지 않는 편집이 의도와 다른 결과물을 낳는 것처럼, 목표를 잃은 사람은 방황하며 매사를 비관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목표가 뚜렷한 사람은 실패와 불행의 기억을 재빨리 지우고, 자신과 세상을 낙관적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일에 집중하여 극복해낸다. 즉, 행복은 사실 운이 아니라 편집력에서 오는 것이다.

▶핵심은 하나, 단순한 것이 강하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선택지들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다. 정확한 답과 확실한 해법을 얻고자 공부를 하고, 수많은 책을 읽고, 전문가들의 강연에 참석한다. 그럼에도 좀처럼 혼란은 해소되지 않는다. 온갖 변수와 확률에 치여 머뭇거리다 시간을 허비하고 기회를 놓치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의 가치관과 핵심을 단순하게 하나로 모으고 모든 에너지를 쏟아서 꿈을 이루고, 세상을 바꾼 많은 사람들을 통해 그 답을 알려준다.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실용성과 절제미'에 집중하여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낸 21세기 최고의 편집자 스티브 잡스, '왜 공부하는가'를 끊임없이 자문하여 그 답을 찾는 데 온힘을 다한 조선시대 최고의 지식인 다산 정약용, 무고하게 파면 당하고 옥고를 치르면서도 무관으로서의 도리에 목숨을 바친 이순신, 두 강대국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세상을 셋으로 나누는 전략을 짜낸 제갈공명, 주관적인 감정을 절제하고 흡입력과 긴박한 속도감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단문으로 승부한 소설한 김훈 등 이들은 많은 것을 이루고자 하기보다는 가장 원하는 한 가지에만 집중했다. 그리고 그것을 현실화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찾아내어 흔들림 없이 원하는 삶에 다가갔다.

삶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인생의 장애물을 헤쳐 나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 '편집의 힘'은 미래를 위해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불안한 청년들, 과거에 천착해 후회만을 되풀이하는 중년들 모두에게 삶에서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게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준다.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저자인 김용길은 연세대학교 졸업 후 세종대학교 신문방송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3년 넘게 뉴스 편집자로 일하고 있으며, 현재 동아일보 편집부 차장이다. 저널리즘과 뉴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광화문 해리슨'이란 ID로 블로그 '편집자의 벤치'를 가꾸고 있다. 온종일 날선 뉴스를 매만지다 해 저물녘 광화문 뒷골목을 배회하고 단골 술집에 출몰한다. 애매모호한 것에 분기탱천하고 거들먹거리는 것에 단도직입적으로 시비를 건다. 낭만적인 사랑과 목가적 풍광에 사족을 못 쓴다. 신문편집 이론서 '신문, 세상을 편집하라'의 공동 저자이며 2011년에 영화 칼럼을 모은 책 '태블릿PC에 꼭 담을 영화 35'를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