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을 마쳤을 때 자신감이 중요하다."
올 시즌 처음으로 1군에 선보인 막내구단 NC는 15일까지 94경기를 치렀다. LG, 두산과 함께 가장 많은 일정을 소화했다.
15일 현재 38승3무53패로, 승률은 4할1푼8리이다. NC 이전에 역대로 새롭게 1군에 진입한 신생구단은 1986년 빙그레(현 한화), 1991년 쌍방울(현 SK) 등 2개팀이다. 빙그레는 1군 첫 해에 31승1무76패, 2할9푼의 성적으로 최하위에 그친 반면 쌍방울은 52승3무71패, 4할2푼5리로 8개팀 가운데 공동 6위를 차지하는 '깜짝 반란'을 일으켰다.
사실 신생팀이 첫 해부터 좋은 성적을 올리기는 쉽지 않다. 아무리 신인 드래프트에서 선수를 우선적으로 지명하게 하고, 외국인 선수를 3명 활용하게 하며, 기존 구단들로부터 20명의 보호선수를 제외한 1명씩 뽑게 하는 등 여러 어드밴티지를 주지만 기존팀들과 수준을 맞추기 위해선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프로야구의 기본적인 패턴인 3연전 가운데 최소 1경기씩 이겨 1승2패를 거둔다고 해도 승률은 3할3푼3리이다. 이는 신생팀이 추구하는 최소한의 목표점일 수 있다. 그런데 4할을 넘긴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1승2패씩은 기본이고 가끔씩 위닝시리즈, 즉 2승1패 이상을 거둬야만 나오는 성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빙그레나 쌍방울이 새롭게 리그에 들어왔을 때는 한국 프로야구의 역사가 10년 정도밖에 안됐기 때문에 기존팀들과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 프로야구도 30년이 넘으면서 올림픽이나 WBC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야구 선진국인 미국과 일본 등을 만나서도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따라서 신생팀이 넘어서야 할 벽이 더 높아진 것이다.
그렇기에 4할을 넘기고 있는 NC의 선전은 놀라울 수 밖에 없다. 사실 NC가 시즌 초반 7연패에 이어 9연패에 빠지는 등 4월에만 4승1무17패로 승률이 1할9푼에 그쳤을 때만 해도, 신생팀에 대한 한계론과 너무 빨리 1군에 올라온 것이 아니냐는 회의론이 팽배했다.
하지만 선수들이 점차 1군 경기에 익숙해지고, 부족한 포지션을 보강하기 위한 과감한 트레이드, 여기에 김경문 감독 이하 코칭스태프의 조련술이 서서히 빛을 발하면서 5월에 12승1무10패, 승률 5할4푼5리로 뛰어오르는 대반전을 일궈냈다. 5월 성적만으로는 9개팀 가운데 4위에 이를 정도였다. 6월에는 7승1무13패로 다시 승률이 3할대로 추락했지만, 7월에는 9승9패로 정확히 5할 승부에 성공하며 다시 반전에 성공했다. 8월에는 15일까지 6승4패를 거두고 있다.
15일 삼성전은 시즌 초와는 완전히 달라진 NC의 모습을 그대로 살펴볼 수 있는 경기였다. 이전까지 삼성과의 상대전적에서 1승1무9패로 일방적인 열세였다. 자주 접전을 펼치기는 했지만,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무너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1위팀을 상대하다보니 이기기 쉽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 결여도 문제였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선발 이재학이 삼성의 강타선을 7이닝동안 5안타 2실점으로 잘 묶었고, 불펜에서 안정감을 주는 노장 손민한이 2이닝 1안타 무실점으로 경기를 매조지했다. 마운드가 안정되다보니 타선에서도 힘을 냈다. 삼성의 에이스인 배영수를 효과적으로 공략해 2점을 내고, 8회 승부처에서 삼성 철벽 불펜의 핵심인 안지만을 공략해 승리타점을 올리는 등 수준높은 경기를 보여줬다.
6회와 7회 맞이한 좋은 찬스에서 추가점을 내지 못하며 이전과 같은 역전패의 기류가 감지됐지만, 결국 승리를 따낸 것은 그만큼 힘이 붙었다는 증거다. 승리를 지켜낸 손민한은 "선두팀을 잡아냈다는 것이 선수단에 확실히 좋은 효과를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문 감독도 "점수차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불펜 투수들이 힘을 내고 있다. 또 찬스를 여러번 놓쳤지만 결국 승부처에서 점수를 내며 향후 경기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 전 "승패나 승률, 순위 등을 떠나서 선수들이 이제는 충분히 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첫 시즌을 마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김 감독의 바람이 이 경기에 어느정도 녹아 있었다.
끝나지 않은 치열한 4강 싸움에 관심이 집중돼 있지만, 이와는 상관없이 막내 NC는 자신만의 목표를 향해 꾸준히 정진하고 있다. NC의 내년 시즌이 벌써부터 기대되는 이유다.창원=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