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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 빅4 빅매치, 밀리면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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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 빅매치가 벌어졌다.

한동안 '아이언맨3', '월드워Z'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밀려 고전하던 한국 영화가 울분을 씻기라도 하듯 웰메이드 대작 4선을 폭탄 투하했다. 배우들의 명품 연기와 촘촘한 시나리오, 탄탄한 연출력을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들인 만큼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4 작품의 장단점과 흥행 성적을 짚어봤다.

▶ 관록의 '설국열차'

'설국열차'는 빙하기를 맞은 지구, 마지막 생존 지역인 설국열차 안에서 억압받던 꼬리칸 사람들의 반란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7월 31일 개봉 첫날 43만 5118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을 불러모으며 일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개봉 2일 차에 100만, 4일 차에 200만, 5일 차에 300만, 일주일 만에 400만 관객을 동원했다. 또 개봉 11일 만에 600만 고지를 밟으며 손익분기점을 넘긴 것은 물론 최단기간 600만 달성 기록까지 경신했다. 14일 '감기', '숨바꼭질' 개봉에 밀려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700만 관객을 무난히 돌파하며 '폭주열차'의 면모를 과시하는 중이다.

'설국열차'의 최강점은 '관록'이다. 2006년 '괴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봉준호 감독, 송강호, 고아성이 다시 만났고 여기에 크리스 에반스, 틸다 스윈튼 등 할리우드 명배우들이 가세했다. '봉테일'이라 불리는 봉준호 감독의 디테일 역시 주목할 만하다. 감독은 열차 안 혁명이 진행될수록 비밀스러운 인간관계를 하나씩 풀어헤치며 계층간 차별과 탄압, 대가 등 사회의 모순적 구조와 인간 본질에 대해 얘기한다. 무거운 주제를 특유의 유머와 독창적인 시선으로 그려냈다는 점이 명감독 답다. 반면 평가가 엇갈린다는 점은 약점이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봉준호의 신세계'(zzum****),'한국 영화도 이런 시도를 많이 해봐야 한다'(kejf****)라며 호평을 내리는 쪽과 '차라리 한 걸음 더 나아갔어야 한다'(agny****)', '어렵고 스토리나 결말에 이해 안 가는 부분이 많았다'(y2j2****)라며 혹평을 내리는 쪽으로 나뉘었다. 이 가운데 CGV의 독과점을 지적하는 의견도 상당해 아쉬움이 남는다.

▶ 진격의 '더 테러 라이브'

'더 테러 라이브'는 불미스러운 일로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밀려난 국민 앵커 윤영화(하정우)가 생방송을 진행하다 신원미상 테러범의 마포대교 폭파 예고 전화를 받고, 이를 생중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더 테러 라이브'는 7월 31일 개봉 첫날 34만 3066명의 관객을 불러모으며 일일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고, 개봉 13일 만에 400만 고지를 밟았다. 또 미국 할리우드 주요 제작사 3~4곳, 일본, 인도네시아에서 리메이크 러브콜이 들어오고 있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작품을 통해 처음 상업 영화 데뷔한 김병우 감독은 '신인 감독이 흥행하려면 하정우를 잡아야 한다'는 충무로 신(新) 흥행 법칙을 입증한 셈이 됐다.

작품의 강점은 역시 하정우다. 원톱으로 극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음에도 섬세한 연기로 인간이 표출할 수 있는 모든 감정을 연기해 냈다. 혹평을 남긴 네티즌들 또한 하정우의 연기만큼은 인정했을 정도. 다만 제한된 공간감으로 느껴질 수 있는 답답함과 테러범의 요구에 대통령이 움직인다는 등 다소 무리한 설정이 마이너스 요소다.

▶ 신선하다 '감기'

'감기'는 14일 개봉과 동시에 30만 5748명(누적관객수 43만 8056명)의 관객을 운집, '설국열차'의 폭주를 정면에서 받아쳤다.

'감기'는 갑작스러운 바이러스 창궐로 피할 사이도 없이 폐쇄된 공간에 갇힌 사람들의 살아남기 위한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비트' '태양은 없다' 등을 만든 김성수 감독 10년 만의 복귀작으로 큰 관심이 쏠렸고, 수애 장혁 등 핫스타들의 연기 변신 또한 기대감을 조성했다.

특히 이 작품은 한국 영화 사상 처음으로 바이러스 감염 공포를 다뤘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H5N1을 사람 사이에서 감염되는 바이러스로 재탄생시켰다. 세트 구성은 물론 카메라 워킹, 특수효과, CG까지 심혈을 기울여 호흡만으로도 빠르게 전염되는 감기 바이러스로 한 도시가 초토화되는 과정을 리얼하게 표현, 공포감을 극대화한다.

다만 무리한 감동 코드가 발목을 잡을 위험이 있다. 딸 미르(박민하)를 찾기 위한 타령이 조금은 과도하게 비친다. 또 아무리 폭탄이 쏟아지고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창궐해도 주인공은 절대 치명상을 입거나 감염되지 않는다는 재난 영화 특유의 설정 역시 리얼리티를 떨어트린다는 지적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 명품연기 '숨바꼭질'

'감기'와 함께 14일 동시 개봉한 '숨바꼭질' 역시 29만 3931명(누적관객수 31만 1921)명의 관객을 불러모으며 흥행몰이 청신호를 켰다.

'숨바꼭질'은 낯선 사람들로부터 내 가족과 집을 지키기 위한 두 가장의 숨 가쁜 사투를 그린 스릴러다. 제작 초기에는 블록버스터들에 밀려 큰 관심을 받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리얼리티'와 '연기'라는 기본 아이템을 특수 강화, '최강의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먼저 손현주 전미선 문정희 등이 소름 돋는 연기 신공을 발휘했다. 방대한 팬덤을 거느린 아이돌 스타나 핫한 라이징 스타가 아니더라도 오랜 시간 대중에게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들인 만큼 이들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높다.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공포감 역시 영화의 강점으로 꼽힌다. 허정 감독이 "요즘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것은 귀신이 아니라 피부에 와 닿는 현실적 두려움이다"고 밝힌 바 있듯,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실제 일어날 것만 같은 리얼한 공포감을 선사한다. 네티즌들 역시 '영화 보고 난 뒤 하루 지나 후유증. 절대 아무나 현관문 열어주지 말 것'(inee****)이라는 등 현실과 맞닿은 공포에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지나치게 자립심이 강해 곧 죽어도 경찰은 찾지 않고 무조건 내 손으로 해결을 보고 말겠다는 주인공들의 굳은 의지가 관객들에게 답답함을 선물할 수 있다는 점, '월드워Z'의 좀비보다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캐릭터들이 현실감을 떨어트린다는 점, 조금은 늘어지는 결말 등은 옥의티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