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안컵이 첫 무대였다. 호주와의 데뷔전, 중국과의 2차전에선 득점없이 비겼다. 한-일전에서는 1대2로 패했다.
홍명보 A대표팀 감독이 두 번째 무대에 오른다. 한국은 14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2위(한국 56위)인 남미의 복병 페루와 친선경기를 벌인다. 제퍼슨 파르판(샬케04)을 비롯해 클라우디오 피사로(바이에른 뮌헨), 파올로 게레로(코린티안스) 등 최정예 멤버가 총출동한다. 결코 쉽지 않은 상대다.
페루전을 앞둔 홍 감독, 첫 승이 절실하다. 그 또한 누구보다 지는 것을 싫어한다. 하지만 생각을 바꿨다. 눈앞의 승리에 연연하면 큰 그림을 놓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선택했다. "내 눈은 브라질월드컵에 가 있다. 페루전에서 골을 못 넣고 질 수도 이다. 언제 승리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감독 데뷔 첫 승이 브라질에서 이뤄지면 더 기쁠 수도 있다. 내년 5월 최종선발까지 선수들을 경쟁을 시킬 것이다. 선수들도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의 고지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이다. 그 전까진 승패보다는 실험이 우선이다. 승리하면 두 말할 것 없이 좋지만 패하더라도 '보약'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의도다. "국가대표팀 감독이 결과에 신경 안쓰면 말이 안된다. 경기 결과도 물론 신경이 쓰인다. 이런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결과가 말해준다. 대표팀 경기 결과가 계속 부진하면 팬들의 신뢰를 잃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팬들의 신뢰가 중요한지 결과가 중요한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둘 다 중요하지만 난 선수 신뢰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결과와 내용이 좋지 않을 수 있지만 그건 내 몫이다. 우리 선수들하고는 상관 없다. 이 시점에서 팀을 만드는 과정에서 중요한 건 선수들과의 신뢰 관계를 쌓는 일이다."
홍 감독다운 발언이다. 지난해 런던올림픽도 그랬다. 사상 첫 올림픽 축구 동메달의 환희를 선물했지만 과정은 눈물겨웠다.
A대표팀과의 중복 차출로 마음고생을 했다. 올림픽 예선의 경우 A매치와 달리 선수 소집 의무 규정이 없다. 유럽파는 논외였다. J-리거도 읍소를 해야 가능했다. 어떻게 변할 지 몰라 베스트 11이 없었다. 무명의 선수들로 팀을 꾸렸다. 미소는 잃지 않았다. "우리 팀은 스토리가 있다"는 말로 위안을 삼았다.
그리고 본선에 올랐다. 북중미의 멕시코(0대0 무), 유럽의 스위스(2대1 승), 아프리카의 가봉(0대0 무), 축구종가 영국(1<5PK4>1 승)을 차례로 따돌렸다. 올림픽 첫 4강의 문이 열렸지만 브라질에 0대3으로 패하며 주춤했다. 위기였다. 3~4위전의 상대는 숙적 일본이었다.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었다. 승부처에서 그는 환희를 연출했다. 일본을 2대0으로 격파하고 사상 첫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10년 만에 세계가 또 놀란 이변이었다.
홍 감독은 목표가 서면 타협하지 않는다. 브라질월드컵을 향해 승부수를 던졌다. 여론으로부터 난타를 당할 수도 있지만 최후에 웃겠다고 선언했다.
페루전에서는 골결정력, 옥석가리기 등 다양한 실험들이 그라운드를 수놓을 예정이다. 물론 골가뭄을 훌훌 털고, 승리하면 금상첨화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