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희 사용법'을 보면 전북 현대의 고민을 알 수 있다?
올 여름 이적시장에서 전북으로 이적한 김기희가 포지션 나들이를 하고 있다. 그는 전북의 중앙 수비 강화를 위해 영입됐다. 그러나 A대표팀 중앙 수비수 출신인 그는 현재 전북에서 수비형 미드필더 및 오른 측면 수비수로 활약 중이다.
김기희는 지난 10일 열린 울산과의 K-리그 22라운드에도 오른 측면 수비수로 선발 출전해 풀타임 활약했다. 김기희가 중앙 수비수로 출전한 경기는 전북 데뷔전이었던 대전전 뿐이다. 그러나 대전전 이후 그는 본래 포지션과 잠시 이별을 선언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지난달 31일 열린 대구전에 김기희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깜짝 선발 출격시켰다. 정 혁과 함께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된 그는 후반에 더 큰 임무를 부여받았다. 측면 수비수로 변신했다.
이후 그의 포지션은 현재까지 굳어졌다. 강원전과 울산전, 그의 역할을 오른 측면 수비수였다. 좋은 말로 하면 '김기희 시프트'고 나쁜 말로 하면 '구멍 메우기'다.
현재 전북의 상황이 그렇다. 올시즌 영입한 오른쪽 풀백 이규로가 장기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전광환이 근근히 버텨주고 있지만 어깨 탈골 이후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무더위에 잔부상까지 겹치면서 풀타임을 소화하기 힘든 상황이다. 왼쪽 측면 자원을 오른쪽에 기용하는 것도 마땅치 않다. 박원재의 부상 중에 이재명이 왼쪽 측면에서 홀로 버텼다. 최근 박원재가 부상에서 돌아왔지만 이재명이 코뼈 수술로 당분간 출전이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김기희가 측면 수비수로 낙점됐다. 최 감독은 "워낙 측면에 부상자가 많다"면서 "김기희는 지구력과 기술이 있는 선수다. 수비형 미드필더와 측면 수비수를 모두 소화하면 멀티 능력이 되고 팀에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측면 수비수는 오버래핑의 임무까지 소화해야 한다. 중앙 수비수와 엄연히 활동 반경이 다르다. 국가대표 출신의 중앙 수비수에게 분명 옷에 맞지 않는 옷이다. 최 감독 역시 "본인이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부상자의 속출로 신음하고 있는 전북의 현실에 김기희는 묵묵히 제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17일 열리는 전남과의 클래식 23라운드에서도 오른 측면 수비의 임무를 부여 받을 것이 유력하다. 임시 방편이었지만 대안이 없는 만큼 김기희는 당분간 제 포지션을 잊어야 할 것 같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