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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림의 엄마꿈 인터뷰④]전주원, 딸 숙제는 원격으로 도와줘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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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엄마, 딸 숙제는 원격으로 도와줘요."

박-딸이 지금 몇 살이죠?

전-초등학교 3학년이에요.

박-3학년이면 이제 사춘기 오겠는데요.

전-자기는 이제 10대라고 해요. 딱 10살이에요. 틴에이저.

박-자주 못 보잖아요. 한참 엄마와 있어야할 시기에 다른 딸들 옆에 있잖아요.

전-그렇죠. 다른 딸들 옆에 있죠. 한번은 '엄마, 엄마 왜 농구를 했어? 다른 일을 했으면 집에 있을 거 아니야?' 이렇게 얘기하더라고요. 또 할머니한테 '할머니,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 엄마랑 잘래' 그러더니, 제 사진 나온 가이드북을 탁 펼치더니 눈물 보이면서 자더래요. 그래서 철이 좀 빨리 들었어요. 헤어질 때도 '엄마 난 안 울고 싶은데, 자꾸 눈물이 나' 이렇게 얘기해요. 배려심이 있어요. 울음을 자기 딴에는 참아요. 그게 제일 미안해요.

박-딸은 자식을 낳아봐야 엄마 마음을 이해한다고 하잖아요. 그런 거 있으세요?

전-엄마는 우리 셋을 이렇게 힘들게 키웠구나. 엄마는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이런 생각도 하고. 제가 어릴 때 받았던 교육을 자식한테 해요. 저도 엄마처럼 약간 방목 스타일이에요. 대신 딱 한 가지. 예의범절 안 지키는 거는 뭐라고 해요. 공공장소에서 예의범절은 지키게 하고, 나머지는 수빈이가 하고 싶은걸 하도록 해요.

박-나중에 수빈이가 뭐가 됐으면 좋겠어요?

전-운동선수만 아니면 다 괜찮을 거 같아요.(웃음) 힘들어서가 아니에요. 힘든 거는 무슨 일을 해도 다 힘들어요. 그 것보다 얘는 운동을 하면 '전주원의 딸'로 살아가야 해요. 전 그게 싫어요. 얘가 잘하면 엄마 때문에 잘한다. 못하면 엄마보다 못 한다 그러잖아요. 항상 전주원의 딸로 살아야 하는 게 싫어요.

박-종목을 다른 걸 하면 되잖아요.

전-다른 종목을 해도 엄마가 따라다닐 거예요. 잘했던 1세들의 2세들은 잘해야 본전인 거예요. 기대치가 너무 높기 때문에, 본인들이 부담스럽고요.

박-아빠는 뭐가 됐으면 하나요?

전-아빠는, 얘가 언어 쪽에 소질이 있으니까 동시통역사, 이런 걸 원하는데요. 저는 수빈이한테 그냥 행복하면 된다고 그래요. 자꾸 욕심을 버리려고 해요. 저는 솔직히 더 놀리고 싶어요. 다른 애들보다 학원을 아직까지 많이 보내지는 않아요. 그런데 시어머니가 교육열이 높으세요. 시어머니랑 상의해서 뺄 건 빼고, 시킬 건 시키고 해요.

박-코트에는 자주 오나요?

전-제가 선수 때는 거의 왔고요, 고학년이 되니까 주말에만 오고요.

박-아무리 방목 스타일이라고 하지만, 아이를 챙길 시간이 없잖아요?

전-남편이 '넌 농구 잘해야 돼. 그렇게 농구에 100% 투자하는데 잘해야지'라고 해요. 그만큼 이쪽에 투자할 수밖에 없어요. 딸한테는 원격숙제라고 어려운거 있으면 전화해서 얘기하고, 사진 찍어서 보내고 해요. 아빠한테 보내기도 하고, 어려운 거 있으면 무조건 사진 찍어서 보내라고 해서 같이 상의해요.

박-밖에서 일을 해야 하는 만인의 엄마들이 많아요. 그런 분들께 한 말씀.

전-한국에서 워킹맘으로 산다는 건 정말 힘들어요. 그런데 일이 좋아서 하시는 거잖아요. 일도 해야 되고, 가족도 지켜야하고, 나도 지키려면 힘드니까 나를 버리시는 게 훨씬 더 편한 거 같아요. 처음엔 저도 그게 스트레스였는데, 지금은 적응이 됐거든요. 가족과 있을 땐 최선을 다하시고, 일에서 최선을 다하시고. 내 개인적인 시간이 좀 없는 게 슬프긴 하겠지만, 일이 좋아서 하는 거니까, 열심히 한국을 지키는 워킹맘으로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어요.



▶박경림이 본 전주원 코치 - 엄마 리더십이 통했다

우리나라의 간판 미녀 스포츠스타 전주원 코치는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수록 정말 예뻤다. 깨끗한 인상, 솔직한 표정, 반듯하고 착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아무리 멀리 떨어진 곳의 농구 시합도 음식을 바리바리 싸들고 딸의 경기를 하나도 빠짐없이 보러 갈 만큼 유명한 뒷바라지를 하셨다. 그리고 이제, 그랬던 그녀의 엄마는 이 세상에 안 계신다. 엄마의 부고를 듣고도 마지막 경기를 치르고, 엄마의 영전에 우승컵을 안긴 사연을 얘기하면서 씩씩하던 그녀가 철철 울었다. 사랑도 받아본 사람이 줄줄도 안다고, 그녀는 엄마 같은 사랑으로 선수들을 리드하는 엄마 리더십을 통해 7년째 하위 팀이던 우리은행을 단번에 우승팀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 그녀의 엄마는 안 계시지만, 딸만큼 며느리를 사랑하시는 시어머니와 자상한 남편이 어린 딸을, 1년 내내 합숙소에서 또 다른 딸들을 보살피고 있는 엄마의 빈자리를 대신 메워준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 우리은행 선수들의 엄마노릇을 할 수 있다. 직장맘으로서 자기의 자녀를 뒤로 하고 사회에 나와 또 다른 누군가의 엄마 노릇을 하고 있는 우리들. 때로는 동료에게, 후배들에게, 고객들에게,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나에게 하소연을 해오는 민원인들에게, 사연을 통해 아픔을 나누는 청취자들에게 엄마노릇을 하는 우리들은, 나와 남의 자식 구분 없이 지치고 힘든 우리 아들, 딸들의 영혼을 달래주는 누구나의, 모든 이의 엄마다.

한편, '박경림의 엄마꿈 인터뷰'의 전주원 코치 편은 케이블TV 트렌디를 통해 14일 오후 7시에 방송된다.

정리=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