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벌어질 일이었다. 올시즌 맨유의 화두는 '알렉스 퍼거슨 없이 살아가는 법'이다.
맨유에 숱한 영광을 안겨준 퍼거슨 감독이 은퇴했다. 퍼거슨 감독은 맨유 이상이었다. 수많은 슈퍼스타들이 맨유에 오고 갔지만, 변함없이 맨유가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다름아닌 퍼거슨 감독의 존재감이었다. 올시즌은 퍼거슨 감독 없이 치르는 26년만의 첫 시즌이다.
퍼거슨 감독의 후계자는 에버턴을 성공적으로 이끈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이었다. 퍼거슨 감독의 선택이었다. 맨유는 신임 감독으로는 이례적으로 6년 계약을 안기며 모예스 감독에 대한 신뢰를 보였다. 모예스 감독은 오랫동안 퍼거슨 감독의 후계자로 거론돼 왔다. 퍼거슨 감독(맨유 27년)과 아르센 벵거 감독(아스널 17년)에 이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3번째로 장기간 한 구단 감독직(에버튼 11년)을 수행하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소속팀이 재정 압박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언제나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여기에 선수 스카우트 및 육성에 있어서도 탁월한 안목을 보였다. 퍼거슨 감독과 같은 스코틀랜드 출신이라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많은 기대속에 출범한 '모예스호'의 출발은 불안 그 자체다. 프리시즌에서 2승2무3패에 그쳤다. 커뮤니티실드에서 로빈 판 페르시의 2골을 앞세워 승리했지만, 맨유를 우승전력으로 보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일단 전력보강에 실패했다. 선수 영입 능력은 감독을 평가하는 중요 잣대 중 하나다. 맨유는 현재까지 우루과이 유망주 길레르모 바렐라 한 명만 영입했을 뿐이다. 바렐라도 즉시 전력에 보탬이 되기보다는 미래를 위한 투자에 가깝다. 중앙 미드필더와 수비진에 문제가 있지만 전혀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영입을 목전에 뒀던 티아구 알칸타라는 머뭇거리다 바이에른 뮌헨에 빼앗겼고, 세스크 파브레가스(바르셀로나)는 변죽만 올렸을 뿐이다. 케빈 스트루트만(AS로마), 에제키엘 가라이(벤피카),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유벤투스) 등 또 다른 타깃도 모두 영입하지 못했다. 영국 내에서는 빅클럽을 지도한 적이 없는 모예스 감독의 경험 부재를 지적하고 있다. 중소 클럽과 빅클럽의 영입전은 전혀 다르다. 모예스 감독은 뒤늦게 에버턴 선수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이마저도 상황은 여의치 않다. 맨시티, 토트넘, 첼시, 리버풀 등 우승 라이벌들이 전력보강에 성공했다는 점을 비교해보면 맨유의 상황은 더욱 우울해 보인다. 여기에 웨인 루니의 거취는 모예스 감독의 두통을 더하고 있다. 벌써부터 온라인을 중심으로 모예스 감독의 퇴진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그래도 맨유는 맨유다. 라이언 긱스, 리오 퍼디낸드, 네마냐 비디치 등은 풍부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 지난시즌 우승 스쿼드에 큰 변화가 없다는 점은 모예스 감독의 믿을구석이다. 초반 일정만 무사히 넘기고 모예스 체제에 안정감을 더한다면 변함없이 우승레이스에서 맨유의 이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우승을 차지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3위 정도가 적당한 순위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2013~2014시즌 맨유 PREVIEW
▶IN-길레르모 바렐라
▶OUT-폴 스콜스(은퇴) 션 맥긴티(셰필드 유나이티드) 리체 제임스(칼리슬레) 페데리치 베셀리(입스위치) 존 코피(반슬리) 리체 브라운(왓포드) 라이언 터니클리프(입스위치)
▶예상 베스트11
데 헤아(GK)-에브라, 비디치, 스몰링, 존스-자하, 클레버리, 캐릭, 발렌시아-웰벡, 판 페르시
▶KEY PLAYER-로빈 판 페르시
모예스 감독이 전력보강에 실패하며, 판 페르시의 결정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맨유가 루니를 홀대하는 이유는 오로지 판 페르시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만약 그가 지난시즌과 같은 활약을 펼친다면, 맨유는 우승후보 중 하나다. 그러나 그가 부진하거나 부상에 빠진다면? 맨유팬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예상순위-3위
이 스쿼드로 첼시, 맨시티를 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유럽챔피언스리그 진출권 확보가 현실적인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