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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 연봉 3450만원, 연예인에게 적용해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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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 연예인'의 기준은?"

연봉 3450만원. 요즘 이 금액 때문에 말들이 많다. 정부는 지난 8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내년부터 연간 총급여 3450만원 초과 근로소득자들의 세 부담을 늘리고, 이들에게서 걷은 1조 3000억원을 가구당 연소득 4000만원 이하 가계에 지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2013년 세법개정안'과 '중장기 조세정책방향'을 확정했다. 정부가 연간 총급여 3450만원을 기준으로 잡은 것은 이 이상의 급여를 버는 사람들을 '중산층'이라고 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

그러나 과연 이 기준이 적절한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근거가 약한 이 기준 때문에 서민들의 얇은 지갑이 더 얇아지는 것이 아니냐는 것. 소득 외 부채와 사교육비 등 현실적인 요소들을 충분히 고려해 중산층의 기준을 정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은 12일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서민경제가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인데 서민과 중산층의 가벼운 지갑을 다시 얇게 하는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서민을 위한 경제정책 방향과 어긋나는 것"이라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연예인들의 경우는 어떨까? '중산층 연예인'은 어떤 기준에 따라 정의할 수 있을까?

지난 4일 국세청이 국회 기회재정위원회 안민석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5년간 연예인 및 운동선수 수입 신고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연예인들의 평균소득은 3473만원이었다.

물론 사업소득자인 연예인들을 근로소득자와 같은 기준으로 판단할 순 없겠지만, 연간 총급여 3450만원을 기준으로 잡으면 연예인들은 '평균적으로' 중산층 이상의 수입을 벌고 있는 셈이 된다.

그러나 연예 관계자들은 고개를 저었다. 어느 정도의 소득을 올리는 연예인들을 '중산층 연예인'이라 할 수 있는지 물어보자 상당수의 관계자들은 고민 끝에 "연예인 중엔 중산층이 없다"는 답을 내놨다.

빈익빈 부익부가 극심한 곳이 바로 연예계라는 것. 잘나가는 연예인에겐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일이 몰리지만, 대중에게 외면받는 연예인들은 TV에 얼굴 한 번 비추기가 쉽지 않다. 대중들은 억대의 수입을 올리는 톱스타들의 모습에 익숙해져있지만, 알고 보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연예인들이 훨씬 많다는 얘기다.

이런 점은 연예인의 직종별 평균수입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가수들의 평균소득이 5255만원, 배우와 탤런트가 4134만원인 반면에 모델이 1031만원이었다. 1031만원을 월수입으로 환산하면 약 86만원이다.

한 관계자는 "체감적으로는 연예인 평균소득인 3473만원 이상을 버는 연예인이 열 명 중 하나 정도 되는 것 같다. 그 정도면 연예인으로서 그럭저럭 잘 벌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부유한 생활을 한다고 볼 수는 없다. 연소득 순위로 따지면 상위권이 되겠지만, 이들을 중산층이나 고소득자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0.1%의 톱스타들이 워낙 많이 번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적인 평균소득이 그 정도 잡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반 근로소득자들과는 다른 연예인들만의 직업적 애로사항에 대해 설명해줬다.

"언제 일거리가 없어질지 모르는 불안정한 일인데다가 일반 근로소득자들처럼 오랜 기간 일을 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것. 또 "일거리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매달, 매년 벌어들이는 금액이 큰 차이가 날 수도 있다. 어느 해에 높은 수입을 올렸다고 해서 그 다음 해에도 그 만큼의 수입을 벌어들인다는 보장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당장의 수입만 놓고 봤을 땐 일반 근로소득자들보다 많은 수입을 올리는 연예인들도 있지만, 불안정한 직업적 단점 때문에 식당이나 쇼핑몰 등 부업을 겸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