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차 없는 1,2위 삼성과 LG. 본격적인 선두 싸움이 시작됐다.
3위 두산과의 승차는 5게임으로 멀찌감치 떨어뜨렸다. 모든 면에서 남 부러울 것 없어보이는 두 팀. 하지만 부잣집에도 고민 하나씩은 있는 법이다. 두 팀도 마찬가지. 공통의 고민거리는 외국인 투수다. 두명의 용병투수 중 꼭 하나가 말썽이다. 이들이 만들어낸 공백, 좀처럼 메워지지 않는다.
LG는 13일 대구 삼성전에서 난타전 끝에 16대9로 승리했다. 여러모로 의미있고 기분 좋았던 승리. 하지만 하이파이브 뒤로 딱 하나의 찜찜함을 남겼다. 37일만에 1군에 복귀한 주키치였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초반부터 정상 밸런스는 아니었다. 무더위 속 오랜만에 오른 1군 마운드. 기대 이하였다. 볼과 스트라이크의 편차가 뚜렷했다. 패스트볼 볼끝도, 변화구 각도도 예리하지 못했다. 삼성 타자들은 큰 어려움 없이 주키치 공략에 나섰다. 2회까지 5실점. 3회 대거 7득점을 올리며 단숨에 역전에 성공한 불꽃 타선 지원이 없었다면 더 일찍 강판될 뻔 했다. 대역전의 각성 효과 속에 3,4회, 두 이닝을 무실점으로 버텨낸 주키치. 마의 5회를 넘지 못했다. 2사 2,3루에서 조동찬의 내야안타와 실책으로 2실점한 뒤 이지영에게 우익선상 안타를 허용하자 벤치의 인내심은 한계에 도달했다. 승리투수 요건까지 아웃카운트를 단 1개 남기고 내려가야 했다. 마운드를 이어받은 김선규가 승계주자에게 득점을 허용해 주키치의 실점은 9점(8자책)으로 늘었다. 국내 무대 데뷔 3년만에 기록한 최다 실점. 투구 밸런스가 의욕만큼 이뤄지지 않으면서 신경도 한껏 날카로워졌다. 1회 2실점 후 5번 박석민 타석. 타임을 요청하고 타석에서 벗어난 박석민을 주키치가 미처 보지 못했다. 투구동작을 일으켰다가 급히 멈춘 뒤 그는 크게 불만을 표시했다. 혼잣말이 방송 중계를 통해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곧바로 140㎞짜리 패스트볼이 박석민의 어깨 쪽으로 날아들었다. 박석민은 고의성을 느낀듯 몸을 돌린채 한동안 타석에 머물며 애써 화를 참는 모습. 박석민의 자제로 다행히 시비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닝을 마치고 내려가던 주키치는 2루주자였던 박석민을 향해 손짓으로 미안하다는 표시를 했다. 모자까지 벗어 사과했다. 뜻대로 되지 않아 답답한 주키치의 조급한 마음이 살짝 드러났던 장면. 주키치의 부진으로 LG의 야심찬 6선발 로테이션 가동 계획은 사실상 힘들어졌다. 불펜으로 보직이동을 했다가 계속 부진할 경우 시즌 4번째 엔트리 제외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 역시 용병 생각을 하면 마음이 편치 않다. 부상을 당한 로드리게스 대신 고심 끝에 영입한 우완 에스마일린 카리대가 아직까지 정상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 카리대는 데뷔 3게임만에 27.00이란 최악의 평균자책점을 남긴채 팔꿈치 통증으로 1군에서 말소됐다. 류중일 감독은 "평소 30개쯤 던졌었는데 합류하기 전에 갑자기 공을 평소보다 많이 던진 탓이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사흘 전 주사를 맞고 공을 만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복귀 수순을 밟고 있음을 암시. 복귀 후 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많은 투구수를 소화하기 힘들다면 30~40개쯤 던지는 롱릴리프로 나서는 편이 나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류 감독은 말 끝에 "던지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안 아프고 안 맞아야지"라며 불안한 마음을 살짝 드러냈다.
사실상 1명의 용병으로도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는 삼성과 LG. 나머지 1명만 힘을 보태준다면 선두 싸움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기에 아쉬움이 두배. 대놓고 말할 수 없는 부잣집의 고민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