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 미국에서 날아오는 승전보, 하지만 남몰래 쓰린 속을 달래는 이도 있다.
류현진이 12승을 올리며 메이저리그 신인 최다승 투수가 된 14일. 청주구장에서 열린 NC와의 한화 김응용 감독은 류현진 얘기가 나오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김 감독으로선 그 누구보다 류현진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류현진은 김 감독이 취임한 뒤, 지난 겨울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LA 다저스에 입단했기 때문. 마음 같아선 눌러 앉혔으면 올시즌 큰 힘이 됐을 테지만, 선수의 앞길을 막을 수는 없었다.
김 감독에게 이날 류현진 등판경기 얘기를 꺼냈다. 그는 "중계? 잘 안 본다"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이내 "사실 이겼는지 졌는지는 안다"며 알듯 모를 듯한 미소를 남겼다.
사실 말은 잘 안 본다고 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김 감독은 "현진이가 잘 던지기도 했지만, 올해 다저스 타선은 워낙 잘 치는 애들이 많지 않나"라고 말했다. 다저스 팀 상황까지 전부 꿰고 있는 것이다.
김 감독은 메이저리그의 스케일을 부러워했다. 투자에 인색한 한화 팀 사정과 맞물려, 그의 말이 더욱 짠하게 느껴졌다.
그는 "타자들의 경우, 결국은 실력이 나오게 돼 있다. 올해 다저스는 양키스보다도 투자를 많이 했다. 미국 같은 경우엔 돈만 있으면 강팀을 만들 수 있다. 우린 선수층이 얕아 힘들다"며 입맛을 다셨다.
상대팀인 NC 김경문 감독 역시 류현진에 대한 얘기를 늘어놨다. 김 감독의 경우, 류현진과 추신수가 있는 메이저리그 경기를 챙겨보는 편이다. 경기 전 그라운드에 나오기 전 이들의 경기를 즐기는 '애청자'다.
김 감독은 이날도 류현진의 피칭에 대해 엄지를 치켜 들었다. 그는 "주심의 스트라이크 판정이 살짝 왔다 갔다 했는데 그런 경우 보통 몸에 맞는 볼이 나오든 볼이 많아지든, 사고가 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류현진은 전혀 흔들림 없이 공을 던진다. 참 대단하다"며 웃었다.
청주=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