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어디부터 되짚어봐야 할까. KIA의 몰락에 점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시즌 처음으로 7위까지 떨어지는 수모를 당했다. 13일 인천 SK전에 믿었던 좌완 선발 양현종을 투입했지만, 2대9로 졌다. 바로 이전 주말 홈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삼성에 보기 드문 역전승으로 대 삼성전 11연패의 늪에서 벗어나며 상승 무드를 회복할 것으로 보였는데, 실제 경기에 나타난 모습은 무기력했다.
문제는 이날 패배가 일시적인 부진 현상에 따른 게 아니라는 것. 후반기 내내 이어진 하락세가 정점을 찍은 듯한 모습이다. 그러면서 '4강 복귀' 가능성도 거의 희박해진 상태다. 마치 브레이크가 고장난 차가 가파른 내리막길에서 대책없는 질주를 하는 듯한 모습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KIA의 몰락은 과연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또 왜 이렇게 KIA는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내리는 것일까.
일단 시점상으로는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부터로 파악된다. KIA는 지난 7월 17일 광주 한화전에서 승리하며 전반기를 5위로 마무리했다. 이 당시까지만 해도 희망의 농도는 짙었다. 비록 4강권 밖이긴 했지만, 4위 두산과의 승차가 불과 1.5경기 밖에 나지 않았다. 1위 삼성과도 5.5경기 차이였다. 이 정도면 얼마든지 추격이 가능한 차이다.
때마침 올스타 휴식기가 찾아왔다. 선수단이 반격을 위한 재정비를 충분히 할 수 있는 시간이다. 하지만 KIA에는 오히려 '휴식'이 독약이 되고 말았다. 후반기 들어 단 한 차례도 우세 3연전을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승률이 계속 떨어졌다. 급기야 8월 1일 광주 삼성전 패배로 시즌 승률이 5할 밑으로 떨어지더니 이제 7위까지 순위가 뒤처지고 말았다.
의욕을 지닌 채 적극적으로 순위 싸움에 나서야 할 시기에 오히려 선수들의 투지나 승부욕은 감퇴됐다. 올스타 휴식기 동안 선수단 내부적으로 의욕을 새롭게 정비하고, 승리에 대한 공감대를 충분히 만들지 못한 탓으로 보인다. 부상이나 체력 저하 등은 이유가 될 수 없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다른 팀 역시 후반기에 접어들면 다들 겪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팀워크의 저하가 몰락의 주요 원인으로 파악된다.
시점 상으로 본다면 7월 26일부터 28일까지 이어진 NC와의 창원 원정 3연전에서의 1승2패에 이어 7월 30일부터 8월 1일까지의 광주 삼성 3연전 전패가 이런 팀워크의 저하를 결정지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LG와의 후반기 개막 3연전에서도 1승2패로 우세 3연전을 내줬지만, KIA는 희망이 있었다. 마지막 경기에서 0대1로 졌지만, 윤석민이 완투를 한 경기였다. 1점차 패배 경기가 뼈아팠어도 '에이스의 귀환'이라는 위안을 찾을 수 있었던 것.
그러나 NC전 2연패는 컸다. 약체로 분류되는 신생팀을 상대로 2번 모두 역전패를 당한 것은 어마어마한 데미지로 작용했다. 타선의 집중력 저하와 불펜의 난조로 인해 방심하던 상대에게 허점을 찔린 KIA는 결국 천적 삼성앞에서 KO됐다. 이미 이 시점에서 투지와 희망을 모두 잃었다고 볼 수 있다.
아직 시즌이 완전히 종료된 것은 아니다. KIA도 희망을 완전히 포기할 때는 아니다. 하지만, 선발의 몰락과 불펜의 난조, 타선의 침체 등 후반기의 KIA는 팀 전력의 거의 모든 면에서 바닥을 찍고 있다. 그리고 이런 총체적 난국을 타개할 뚜렷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KIA의 행보를 더 힘들게 만들고 있다. 선수단 스스로 현 상황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함께 국면 전환의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