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새' 엘레나 이신바예바(31·러시아)가 고향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에서 정상임을 다시 한번 알렸다.
이신바예바는 14일(한국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제14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나흘째 여자 장대높이뛰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결선 기록은 4m89.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제니퍼 슈어(미국)가 4m82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차지했고 야리슬리 실바(쿠바)가 같은 기록으로 3위에 올랐다. 이신바예바는 2007년 오사카 대회 이후 6년 만에 통산 세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신바예바는 세계기록을 28차례나 갈아치운 '장대 여왕'이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제패했고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2005년 헬싱키, 2007년 오사카 대회 2연패를 달성해 적수가 없는 최강으로 군림했다.
그러나 2009년 베를린 대회에서 참담한 실패를 경험한 이후 줄곧 하락세였다. 5m의 벽을 6차례나 넘던 기록도 4m70대로 떨어질 만큼 기량이 쇠퇴해 늘 은퇴설에 시달렸다. 이신바예바 본인도 아이를 갖길 원한다며 고국에서 열리는 이번 세계선수권대회가 은퇴 무대가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2009년 세계신기록(5m06) 작성 이후 가장 좋은 기록을 내면서 마지막 도전에서 오히려 '부활 찬가'를 불렀다.
오랫동안 몸을 풀다가 4m65에서 경기를 시작한 이신바예바는 첫 시기에 장대에 부딪히다시피 하며 실패해 또 무너지는 듯했다. 그러나 2차 시기에서 가볍게 바를 넘은 그는 4m75까지 한 번에 뛰어넘었다. 4m82까지 올라온 네 명의 선수가 모두 첫 시기를 실패한 가운데 2차 시기에 나선 이신바예바는 우아한 점프로 바를 사뿐히 넘고는 우레와 같은 환호 속에 양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그러나 제니퍼 슈어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슈어는 2차 시기에서 4m82를 아슬아슬하게 넘어 다시 이신바예바의 뒤를 쫓았다. 올 시즌 최고 기록 보유자인 야리슬리 실바도 3차 시기에 성공해 추격전에 가담했다. 그러나 이신바예바는 4m89에서 1차 시기에 다시 한 번 가뿐히 바를 넘고는 두 주먹을 불끈 들어올리고 주체할 수 없는 기쁨을 표현했다.
슈어와 실바가 세 차례 도전에서 모두 실패한 순간, 이신바예바는 쏟아지는 플래시 세례 속에 코치에게 달려가 얼싸안고는 감격에 젖었다.
우승을 확정 지은 이신바예바는 세계기록인 5m07에 도전했으나 세 차례 모두 실패한 뒤 환한 웃음으로 격려에 답했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