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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윤석민, KIA의 삼성전 11연패 탈출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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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오늘처럼 이겨야 할 것 같아요."

모처럼 KIA의 끈질긴 투지가 빛을 뿜었다. '천적' 삼성에게 당하던 지긋지긋한 11연패의 수렁을 깔끔한 역전승으로 벗어났다. 그 중심에는 마무리 투수 윤석민이 있었다. 타선이 가까스로 만든 1점차 리드를 윤석민이 완벽하게 지켜냈다.

윤석민은 6-5로 앞선 9회초 정규이닝 마지막 수비 때 마운드에 올랐다. 첫 상대 조동찬은 4구만에 스탠딩 삼진으로 처리했다. 구속은 모처럼 152㎞까지 나왔다. 이어 후속 진갑용 역시 2구 만에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해 순식간에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았다. 이제 1명만 더 처리하면 KIA는 삼성전 11연패를 탈출할 수 있다.

그러나 마지막 한 타자가 쉽지 않았다. 대타로 나온 정형식과 풀카운트 승부를 펼치던 윤석민은 6구째에 회심의 직구를 몸쪽 깊숙한 코스로 찔러넣었다. 승부구였다. 가장 자신있는 직구로 타자가 가장 치기 어려운 코스에 던져넣었다. 그러나 판정은 볼이었다. 스트라이크존에 걸친 듯 했지만, 주심의 손은 올라가지 않았다. 윤석민은 어이없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배영섭에게도 풀카운트 끝에 볼넷을 허용했다. 정형식에게 던진 마지막 공에 대한 아쉬움이 윤석민을 뒤흔든 것이다. KIA의 삼성전 징크스도 다시 스물스물 살아나는 듯 했다.

하지만 마무리는 이런 위기의 순간에도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윤석민에게는 그런 배짱이 남아있었다. 윤석민은 다음 상대인 박한이를 3구 만에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며 승리의 마침표를 찍어냈다. 선동열 감독이 윤석민을 마무리로 전환하면서 바랐던 바로 그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윤석민은 "확실히 불펜에서 대기하는 것은 힘이 든다. 그래도 마무리가 처음이 아니라서 견딜만하다. 게다가 짧은 이닝을 던지니 구속이 더 잘 나오는 것 같다"며 세이브 소감을 밝혔다. 이어 "오늘처럼 팀이 이겨야 한다. 오늘같은 모습이 계속 나온다면 아직 희망을 가질만 하다"며 팀의 간판 투수다운 모습도 보였다.

윤석민이 마침표를 찍긴 했지만, KIA 타선도 이날 모처럼 끈질긴 투지로 역전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6회까지 2-5로 끌려가던 KIA는 6회말 선두타자 이용규의 2루타로 추격기회를 잡았다. 이범호와 나지완이 각각 유격수 뜬공과 유격수 땅볼로 물러나면서 2사가 됐지만, 기세가 꺾이지 않았다. 최희섭과 안치홍이 연속 볼넷을 얻어내 만루 기회를 만든 뒤 7번 이종환 타석 때 삼성 2번째 투수 안지만의 와일드 피치로 이용규가 홈을 밟았다.

이어진 2사 2, 3루에서 이날 처음 1군에 올라온 이종환이 2타점짜리 중전 적시타로 값진 동점을 만들었다. 힘겹게 동점을 만든 KIA는 8회 1사 후 안치홍이 다시 볼넷을 골라나간 뒤 2루 도루에 성공해 역전 기회를 만들었다. 이종환의 땅볼 때 3루까지 나간 안치홍은 8번 김선빈 타석 때 나온 패스트볼을 놓치지 않고 홈으로 들어와 결승 득점을 올렸다. 결국 KIA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지로 역전승을 만든 것이다.

이날 삼성전 11연패를 탈출한 KIA 선동열 감독은 "선수들 모두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줬다. 앞으로도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임했으면 좋겠다. 수고 많았다"고 역전승을 일궈낸 선수들을 칭찬했다. 패장 류중일 감독은 "역전패해서 아쉽다. 다음주 경기 준비 잘 하겠다"는 짧은 소감을 밝혔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