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당분간 차우찬이 선발로 나갈 겁니다."
새로 영입한 외국인 투수의 뜻하지 않은 부상 이탈에도 삼성 류중일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디펜딩챔피언이자 현재 가장 유력한 정규리그 우승 후보팀을 이끄는 수장다운 여유로움이 엿보인다. 이런 여유는 확실한 대비책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공백이 생긴 삼성 선발의 한 자리를 좌완 투수 차우찬이 맡게된다.
류 감독은 11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차우찬의 선발 전환 계획을 차분하게 밝혔다. 전날 외국인 투수 카리대가 팔꿈치 부상과 부진으로 1군에서 제외됐을 때 상당히 난처해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전날 류 감독은 "테스트를 할 때는 150㎞를 쉽게 넘기더니 9일 한화전에서는 구속이 팍 떨어졌다. 알고보니 팔꿈치가 아프다고 하더라"면서 큰 아쉬움을 털어놨었다. 그럴만도 한 것이 시즌 막판과 포스트시즌에서 활용하기 위해 로드리게스를 퇴출하고 카리대를 급히 데려왔는데, 팔꿈치 부상이 있다면 자칫 활용 계획이 전면 무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카리대의 팔꿈치 상태가 급격히 호전되고, 구위도 정상으로 돌아온다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부상 공백이 길어질 경우에는 난처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포스트시즌에서 아예 쓰지 못할 위험도 있다. 그에 앞서 당장 정규시즌 막바지 투수 로테이션에 문제가 발생한다. 삼성은 배영수와 밴덴헐크 윤성환 장원삼에 카리대까지 5명으로 선발진을 구성했는데, 여기서 카리대가 빠지면 한 자리가 비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류 감독은 이미 충분한 대비책을 세워뒀다. 카리대가 아예 정규시즌 남은 경기에 나서지 못할 상황까지도 감안한 듯 했다. 류 감독이 선택한 대안은 바로 좌완 불펜투수 차우찬을 다시 선발로 전환하는 것이다. 당장 14일 LG전부터 차우찬은 선발 로테이션에 돌아온다.
차우찬은 올해 5차례만 선발로 나섰고, 나머지 29경기에서는 불펜을 맡았다. 5번의 선발 등판 중 2차례가 LG전(6월 23일 대구, 8월 2일 잠실)이었는데, 공교롭게 모두 패전을 기록했다. 그래도 일단 류 감독은 차우찬에 대한 신뢰감을 나타냈다. 류 감독은 "앞으로 차우찬은 계속 선발로 나서게 될 것"이라면서 "카리대는 부상과 부진이 복합적으로 있기 때문에 일단 두고 봐야 한다. 차우찬이 선발에서 잘 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